왜 지금, 비트코인 채굴인가



요즘 투자자나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비트플래닛의 채굴 사업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왜 지금 채굴 사업을 시작하느냐”라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간 시점에 채굴을 본격화한 배경이 궁금하다는 얘기다. 실제 비트플래닛은 앤트알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채굴 사업을 시작했고, 매달 7~8개의 비트코인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굴 사업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확보한 전력을 가장 빠르게 수익으로 전환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력을 쥐고만 있으면 비용으로 계상된다. 채굴은 그 전력을 비트코인이라는 현금성 산출물로 바꿔준다. 다만 비트플래닛은 채굴한 비트코인을 곧바로 시장에 매매하는 방식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대신 비트코인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면서 일부를 트레이딩으로 운용해 수익과 유동성을 함께 확보하는 구조다.

채굴의 가치는 당장의 수익에만 있지 않다. 저렴한 전력을 확보하고, 적합한 부지를 개발하며, 고도화된 냉각 설비와 24시간 운영 체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운영 역량과 인프라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량과 인프라는 AI 데이터센터(AIDC) 운영에도 그대로 활용된다. 즉 채굴은 비트코인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인 동시에, AI 시대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셈이다.

이를 실제로 보여주는 사례가 코어위브(CoreWeave)다. 2017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더리움을 채굴하던 코어위브는 채굴에 활용하던 GPU를 AI 연산용 클라우드로 운영하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AI 전용 클라우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실적만 봐도 2022년 1600만달러였던 매출이 2024년 19억달러로 2년 만에 100배 넘게 뛰었고, 지난해에는 5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성장을 발판으로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Hyperscale Data)도 AIDC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시간 채굴 용지를 데이터센터로 재편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채굴에 사용되던 약 28메가와트(㎿) 전력을 AI 연산으로 재배치하는 것으로, 초기 20㎿를 최대 52㎿까지 늘리면 매출이 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사례들은 채굴에서 AIDC로의 전환이 일부 기업의 선택을 넘어 업계 전반의 흐름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채굴 기업들이 AIDC로 전환하는 데는 분명한 셈법이 있다. 처음부터 AIDC를 짓는 것보다, 채굴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AIDC는 막대한 자본과 긴 시간을 한꺼번에 쏟아야 한다. ㎿당 800만~1500만달러가 필요하고, 설계부터 안정적인 운영까지 3년에서 6년이 걸린다. 미국에서는 전력을 새로 끌어와 계통에 연결하는 데만 평균 5년, 혼잡한 지역은 7년이 더 소요된다. 반면 채굴 설비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당 50만달러 안팎이다. 설치하고 가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개월이면 충분하다. 먼저 채굴로 전력을 확보해 수익을 내면서, AIDC에 필요한 전력 조달과 운영 역량을 미리 쌓아두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비트플래닛에 채굴은 AI 에너지 인프라 사업의 전략적 진입점이다. 지금 채굴에 나선 것은 비트코인 확보를 넘어, 전력과 AI 인프라를 다루는 역량을 갖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검증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