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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 중 하나는 피지컬 AI다. 챗봇처럼 답을 쓰는 AI를 넘어 로봇이 물건을 집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읽고, 공장의 제조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AI다. 한마디로 ‘보는 AI’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AI’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기술, 투자자와 인재가 실리콘밸리에 모여 있다. 그러나 피지컬 AI는 화면 속 알고리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센서가 있어야 하고 모터와 부품, 반도체가 있어야 하며 제조공정, 품질관리, 양산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서 한국의 강점이 빛난다.
한국은 오랫동안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를 쌓아왔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전자, 로봇 부품까지 정밀하게 만들고, 빠르게 개선하고, 대량으로 안정화하는 역량을 갖고 있다. 미국이 AI의 두뇌와 혁신 속도를 갖고 있다면 한국은 이를 현실 산업에 구현할 수 있는 손과 근육을 갖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미국 피지컬 AI 기업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기술과 고객을 확보했지만,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기업과 파트너링을 추진하고 부품과 생산 파트너를 소싱하며 한국 내 생산 기반을 활용해 일본과 싱가포르 등 제3국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기술과 한국 제조가 결합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이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협력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피지컬 AI 제품은 실험실에서 한 번 작동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매일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납기, 품질, 인증, 원가, 사후 대응, 나아가 지정학적 요소까지 맞아야 시장이 열린다. 한국 기업들은 이 부분에서 신뢰를 쌓아 왔다. 반대로 한국 기업에는 미국의 기술 생태계와 고객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서로의 빈칸이 정확히 맞물린다.
코트라가 6월 24일에 개최한 실리콘밸리 피지컬 AI 수퍼커넥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한미 기업인 400여 명이 참가하였고 미국 빅테크, 투자자, 로보틱스 기업들은 한국 기업을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니라 함께 제품을 만들고 시장을 넓힐 파트너로 바라보며 448건의 상담을 하였다. 기술 상담은 자연스럽게 소싱, 공동개발, 투자, 생산, 제3국 진출, 인력 채용 논의까지로 이어졌다.
좋은 기술과 좋은 시장은 저절로 만나지 않는다. 미국 기업은 믿을 만한 제조 파트너를 찾고 한국 기업은 글로벌 고객과 실제 프로젝트를 원한다.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 첫 문턱은 매우 높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며, 생산부터 제3국 진출까지 어떻게 설계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코트라의 역할은 이 간극을 줄이는 데 있다. 단순히 상담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기술이 공동개발로, 공동개발이 생산으로, 생산이 수출과 투자로 이어지도록 길을 놓는 일이다.
피지컬 AI 경쟁은 이제 시작됐다. 누가 더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더 빨리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더 넓은 시장으로 확산시키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미국의 혁신과 한국의 제조 역량이 제대로 만난다면 한미 양국은 피지컬 AI 산업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시장을 함께 선점할 수 있다.
김준성 코트라 실리콘밸리 IT지원센터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