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달군 K-푸드…160억달러 수출 향해 베트남 공략

베트남 공략 속도…K푸드 수출 4위 시장 공략
국내107개사·동남아바이어 280개사 참여
1512건 상담·3300만달러 계약·MOU 성과
한강라면 줄서고 K팝 환호…현지 관람객 북적

지난 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K-푸드 페어’와 ‘2026 하노이 한류박람회’에서 K-푸드 수출기업이 바이어와 상담하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헤럴드경제(하노이)=양영경 기자] “2012년 베트남에 떡볶이를 처음 수입한 뒤 지금까지 유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김과 라면, 건강기능식품 등 다른 한국 식품으로도 품목을 계속 넓혀가려고 합니다.”

베트남 식품 수입업체 푹틴푸드의 팜태희 대표는 지난 3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K-푸드 페어’에서 한국 수출기업과 상담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한 손에는 K-푸드 제품 카탈로그가, 다른 손에는 한국 기업들의 명함이 들려 있었다.

이날 상담장 곳곳에서 바이어들이 소스와 음료, 건강기능식품, 간편식 등을 직접 맛보고 성분표를 살펴보며 가격과 최소 주문 물량(MOQ), 현지 맞춤형 생산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했다. “샘플을 먼저 보내달라”, “2차 미팅을 진행하자”는 대화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내건 K-푸드 수출 160억달러 목표를 향한 국내 식품기업들의 치열한 ‘영업 현장’이었다

올해 행사는 처음으로 ‘2026 하노이 한류박람회’와 함께 열리며 바이어 대상 수출 상담(B2B)과 소비자 체험(B2C)을 동시에 선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에는 식품·화장품·생활용품·패션 분야 국내 기업 107개사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바이어 280여개사가 참가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K-푸드 페어’와 ‘2026 하노이 한류박람회’ 현장의 모습 [헤럴드경제]


참가 기업 가운데 F&S식품도 바이어들과 쉴 새 없이 상담을 이어갔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조미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이틀 동안 20여개 업체와 상담을 진행했다. 베트남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바이어들로부터 할랄 제품 문의도 이어졌다.

성유진 F&S식품 상무는 “개별적으로는 해외 바이어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여러 국가 바이어와 집중적으로 상담할 수 있다”며 “상담한 업체의 70~80%가 샘플을 요청했고 동남아 시장 흐름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기농마루 역시 시장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수출 1년 만에 100만달러를 달성한 이 회사는 곤약젤리를 앞세워 바이어 상담 17건을 진행했고, 3만달러 규모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김상범 유기농마루 대표는 “빠른 피드백과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을 통해 10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진행된 바이어 상담은 사흘간 1512건에 달했고 이는 3300만달러 규모의 계약과 MOU로 이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은 우리 농식품 수출 4위 시장으로, 지난해 대(對)베트남 K-푸드 수출은 약 5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농식품 수출의 약 5.5%를 차지했다. 라면과 소스, 음료는 물론 딸기 등 신선농산물 수출도 꾸준히 늘면서 K-푸드에 대한 현지 수요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다만 시장이 성장할수록 거래 성사를 위해 갖춰야 할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현지 바이어들은 설명했다. 생산비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와 강화된 수입식품 품질관리 기준에 맞춘 인증·통관 준비 등을 대표적인 과제로 꼽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K-푸드 페어’와 ‘2026 하노이 한류박람회’에 설치된 푸드테크 특별관의 한강라면 체험 [농림축산식품부 공동취재단 제공]


전시장에서는 K-푸드를 직접 체험하려는 소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푸드테크 특별관의 ‘한강라면’ 조리기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한국 과자와 음료를 손에 든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오갔다.

매운라면과 냉동컵밥, 할랄 떡볶이, 에이드 등을 소개하는 부스마다 제품을 살펴보려는 발길이 이어졌고 글로벌 NEXT K-푸드 특별관에서는 십원빵과 크림찹쌀떡 등 수출 유망 품목 앞에서 설명을 듣거나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QR코드 설문에 참여한 방문객들은 K-뷰티 메이크업 체험과 포토부스를 이용하고 유자·대추 음료를 맛봤다. 한국 조미료를 활용한 요리 경연이 펼쳐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고 행사장 한쪽에서는 K팝 그룹 ‘위너’와 ‘피프티피프티’ 공연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행사장을 찾은 하노이 시민 푹(27)씨는 “위너 공연을 보러 왔다가 K-푸드 체험도 함께 했다”며 “평소에도 떡볶이와 비빔밥, 냉면을 좋아해 친구들과 한국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통역사로 참여한 타오(32)씨는 “예전에는 김치처럼 향이 강한 한국 음식을 낯설어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드라마와 K팝을 통해 한국 음식을 접하고 따라 먹는 사람이 늘면서 지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음식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K-푸드 열기는 현지 유통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앞서 지난 2일 찾은 하노이 K마트 경남지점에서는 한국산 참외와 신고배, 가정간편식(HMR) 진열대 앞마다 현지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바구니에는 김과 라면, 즉석밥이 하나둘 담겼다. K마트 측은 “최근에는 교민보다 현지 소비자 비중이 더 커졌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한국 식품을 접한 젊은 층이 직접 매장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노이 롯데마트 서호점 역시 김치, 라면 등 한국 식품 전용 코너를 확대하며 높아진 K-푸드 수요에 대응하고 있었다.

문종범 K마트 대표이사는 “K-푸드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프리미엄 이미지를 꾸준히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메이드 인 이탈리아’처럼 ‘메이드 인 코리아’도 소비자들이 믿고 찾는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