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바로옆 전국 상인 몰린 재기의 터전
청년의 재치·신기술 투영, 글로벌 핫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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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당동 떡볶이 먹거리 상점가 문주(門柱)[이하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동대문 옆, 서울 신당동은 요즘 ‘힙당동’이라 불린다. 힙(Hip) 플레이스는 10여년 전에 널리 쓰이던 핫플레이스와 의미가 거의 같다.
신당동의 힙(Hip)한 면은 DJ가 있는 떡볶이집들이 밀집했던 1980년대부터 나타났다. 1970년대를 풍미하던 다방DJ의 인기가 1980년대 카페문화의 등장으로 시들해지자, 맛있는 것 먹으면서 DJ의 구수한 입담을 듣는 신당동 떡볶이집이 DJ다방 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 매우 신박한 아이디어였다.
주말오락 프로그램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개그맨 장두석이 ‘신당동 떡볶이집’ 노래를 불러 널리 퍼지기도 했다. 재야의 한 고수가 “내가 만든 노래”라고 주장하면서 ‘신당동 떡볶이집’ 노래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일곱글자는 듣기만해도 추억의 감성에 감겨버리는, 그런 어휘였다.
힙한 줄은 진작 알았지만 ‘힙당동’이라는 별칭 까지 얻은 신당동은 요즘 감성적 카페·소품숍, 독창적 디자인 작업실이 들어서며 국내외 청년 세대가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이곳의 매력은 최근의 유행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중층적 콘텐츠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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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전 쯤의 광희문 사진엽서(일제강점기) |
신박한 아이디어들이 넘치는 신당동은 알고 보면 옛날엔 다양한 신을 모시던 무속인들의 밀집촌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7일 서울생활문화자료조사 보고서 ‘신당동: 神·新·Hip’을 통해 신당동 히스토리를 소개했다. 보고서는‘神(신)’,‘新(신)’,‘Hip(힙)’세 키워드로 신당동을 꿰어 분석한다.
조선시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있던 공간이 일제강점기와 광복을 거치면서 현대적 도시 구조를 확립, 서울에서 개성이 강한 동네로 진화했는지 그 궤적을 촘촘히 되짚었다.
▶요즘 힙한 신당동, 원래 치유와 위로의 공간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신당동(新堂洞)이라는 이름 안에는 ‘신을 모시는 집’을 뜻하는 ‘신당(神堂)’이 숨어있다.
조선시대 광희문(일명 시구문) 밖은 도성 내 시신이 밖으로 나가는 통로이자, 병자를 구휼하던 ‘동활인서(東活人署)’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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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신당 |
도성 안 거주가 금지된 무당들은 동활인서에 소속되어 집단 마을을 이룬다. 그들은 이곳을, 산 자의 병을 고치고 죽은 자의 넋을 달래는 치유의 공간을 만들었다.
갑오개혁(1894) 이후 ‘귀신 신(神)’ 자는 ‘새 신(新)’ 자로 바뀌었지만, 무당개울·무당다리·무당고개 등의 지명에는 이 땅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선의 신당동은 도성 밖 구릉지이자 울창한 숲, 공동묘지, 화장장이 뒤섞인 지역이었으나, 일제는 이들 흔적을 지우거나 옮기고 도로를 놓았다. 그리고 ‘문화촌(文化村)’이라는 이름으로 일제때 이주한 일본인과 주권을 빼앗긴 때 돈 좀 만지던 조선인 중산층 주거지로서 인위적 조성을 감행했다.
일제를 축출한 뒤, 한국전쟁이 나면서 신당동은 피란민과 해외살다 귀환한 동포로 인구가 폭증한다. 결국 신당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하면서 지금의 신당동 골격이 되었다.
이후 신당동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골목골목마다 점포를 열어 부활,재건의 희망을 안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골목들은 네 곳의 특화거리로 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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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전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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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공소 거리의 대장간 |
▶4개 골목엔 청년의 재치와 기술혁신 넘쳐
곡물상들이 밀집하며 형성된 쌀가게 골목인 ‘싸전거리’와, 1950년대 마복림 할머니가 고추장과 춘장을 섞은 독특한 양념으로 시작해 신당동의 대명사가 된 ‘떡볶이거리’가 대표적이다.
또, 1950~60년대 판자촌 시절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개미처럼 성실히 살아갔다는 뜻이 담긴 ‘개미골목’이 생겼고, 19세기 말까지 철공소 100여 곳 이상 밀집했으며 1907년 군대해산으로 쇠퇴기를 맞이했다가, 일제강점기에는 대장간 천국으로 불릴 만큼 철공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철공소거리’도 있었다.
지금 신당동은 옛것 중 매력적인 것들이 남고, 다른 것들은 청년들의 재치와 기술 혁신으로 질적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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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신당동 와인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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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전거리에 위치한 ‘쇼플릭스’ |
최근 이곳에 서양 관광객의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신당동의 대표 상권인 떡볶이거리의 ‘마복림 할머니집’ 스태프는 “떡볶이거리는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관광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해외 콘텐츠를 통해 신당동이 알려지면서 서양권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뮤지컬 펍 ‘쇼플릭스’의 곽현걸 대표는 “동대문과 가까운 입지가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었다”고 했고, ‘주신당’의 장지호 대표는 “평일 방문객의 약 40%가 외국인”이라면서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한국의 십이지신 콘셉트 공간이 서양인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신당동은 조선의 무속 신앙(神)부터 근현대의 주거·상업적 역동성(新), 그리고 현재 청년들과 외국인이 열광하는 트렌디함(Hip)까지 서울이라는 도시의 극적인 변화상을 단 하나의 동네에 압축해 놓은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