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법 개정안 ‘셀프 감정’ 논란…감평사협회 “불법행위 조장” 반발

이해충돌 허용 규정 삭제 요청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올해 3월부터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6일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그동안 지식재산처(지재처)에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안하고 감정평가업계와 변리업계의 상생 방안을 제시하는 등 갈등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으나, 지재처가 개정안 수정 불가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며 형식적인 명분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가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적하는 부분은 이해충돌 허용 문제다. 개정안 제7조의5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변리사가 자신이 대리한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에 대해 직접 가치평가(감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회는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될 경우 자신이 대리한 특허를 스스로 평가하는 이른바 ‘셀프 감정’을 법으로 용인하게 돼 가치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규정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어 허위 특허 출원이나 부실 평가 등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난달 지재처와의 논의에서도 전달하며 해당 조항의 반드시 삭제를 요구했다. 실제로 감정평가사(감정평가법), 변호사(변호사법), 공인회계사(공인회계사법) 등 타 전문자격사의 경우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업무 수행을 법률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협회는 지난 2020년 발생한 변리사의 특허권 부실 가치평가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개정안 내 징계 규정을 강화하는 등 국가 차원의 엄격한 관리 체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재처에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논의가 단순한 전문자격사 간의 업역 다툼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지식재산권 가치평가는 감정평가사와 변리사의 협업이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인 만큼, 이번 개정안이 갈등과 대립의 원인이 되기보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지식재산 선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지난 3월 12일 변리사 비밀유지권 도입과 변리사의 지식재산 가치평가 등 감정 업무 절차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은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각각 발의된 두 건의 법안(김종민 의원 대표발의, 박상웅 의원 대표발의)을 통합·조정해 마련된 위원회 대안으로 변리사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고, 현행 변리사법 2조에 규정된 변리사의 업무 중 감정 업무의 절차 규정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