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판매가 사전 공유…회원·비회원 가격 통제
담합 조사 피해 단톡방 중단…전화·문자 가격전달
공정위 “담합 없었다면 기름값 최대 60원 더 낮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제주 지역 주유소 사업자단체와 농협이 휘발유·경유·등유 등 경질유 판매가격을 짬짜미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단법인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제주주유소협회), 제주시농업협동조합(제주농협), 서귀포농업협동조합(서귀포농협)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0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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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의 기준가격 통지 [ 제주시 익명 단체 대화방 내역(발췌)/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기관별 과징금은 제주주유소협회 3000만원, 제주농협 9억8700만원, 서귀포농협 10억3300만원이다. 공정위는 관련 매출 규모가 더 큰 서귀포농협에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주주유소협회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으로부터 다음 날 적용될 경질유 판매가격을 사전에 전달받아 이를 기준가격으로 정한 뒤 회원사에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기준가격을 안내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협회가 이 같은 가격 통보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공정위의 다른 담합 사건 조사 소식이 전해질 때면 단체대화방 공지를 중단하고 전화나 문자메시지, 직접 방문 등의 방식으로 기준가격을 전달했다.
아울러 회원사에는 가격 관련 메시지를 삭제하고 외부에 유출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회원사는 물론 비회원 주유소에도 기준가격을 지켜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 역시 다음 날 판매가격을 오피넷에 공개하기 전에 제주주유소협회에 미리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격 결정 과정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준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 회원사를 협회에 알리고 협회를 통해 인근 비회원 주유소에도 가격 준수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 말 기준 제주주유소협회 회원사는 116개 업체로 제주 지역 전체 주유소의 약 60%를 차지한다. 제주농협은 3곳, 서귀포농협은 2곳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알뜰주유소에 속한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일반 주유소와 농협 주유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반 주유소는 농협 주유소보다 높은 가격으로는 판매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농협의 판매가격을 미리 파악하려 했고, 농협 역시 자신보다 더 낮은 가격의 판매가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 가격 공유에 응할 유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주가 도서지역이라는 특성상 외부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점도 담합이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지목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가격 담합의 영향으로 제주의 평균 판매가격이 육지보다 휘발유는 리터당 최대 83원, 경유는 최대 150원, 등유는 최대 53원 높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광주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은 “도서지역 특성상 운송비 부담으로 제주의 경질유 가격이 육지보다 높은 측면은 있지만 이번 담합이 없었다면 실제 판매가격은 리터당 10∼60원가량 더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경질유 시장에서 사업자단체 등의 담합 여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