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다음은 무기확대” 美, 나토정상회의서 수조원 세일즈

트럼프 출국…에르도안·젤렌스키와 연쇄회담
나토 ‘국방비 5%’ 점검·미국산 무기계약 추진
“국방비 늘어도 무기부족” 생산확대 핵심의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7~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약속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판매 계약을 추진한다. 국방비 확대를 미국 방산업계 수출 확대로 연결하는 한편, 나토도 급증한 무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를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매슈 휘터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5일(현지시간) 프레스콜에서 “앙카라 정상회의에서는 헤이그 국방 공약의 진척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 분야에 지출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나토의 핵심 역량을 얼마나 확대하고 있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해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 분야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휘터커 대사는 “폴란드와 북유럽 국가, 발트해 국가들이 앞장서고 있고 독일도 2029년까지 국방비를 GDP 대비 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대로 가고 있다”면서도 “다른 많은 국가는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동맹국이 방위비 지출을 양적·질적으로 의미 있게 늘려 공정한 부담 분담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의 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판매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비 증액이 실제 미국산 무기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당국자는 유럽 내 미군 병력 재배치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주도로 유럽 내 미군 배치와 주요 기지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동맹국들이 더 큰 역량을 갖추고 헤이그 국방 공약을 최대한 빨리 이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을 출발해 7일 앙카라에 도착할 예정이다. 도착 직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나토 정상 친목 만찬에 참석한다. 이어 8일에는 나토 정상회의 공식 일정과 함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각각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나토 내부에서는 이제 국방비보다 무기 생산능력이 더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1년 전에는 모든 것이 방위비 증액 약속에 관한 것이었다”며 “올해는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국들의 국방비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무기 생산과 전력 확보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5740억달러를 기록했다. 독일은 24% 늘어난 1140억달러를 지출했으며, 2029년까지 국방비를 2024년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미국 방산업체들에는 약 3000억달러 규모의 주문이 밀려 있지만 생산능력 부족으로 실제 무기 인도에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고 있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무기와 탄약 소모가 급증한 데다 병력 모집과 훈련 여력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회원국들이 유사한 무기를 각자 개발하는 등 방산 체계가 파편화되면서 방공망과 정밀타격 미사일, 통합 정보체계 같은 핵심 전력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의 핵심 과제는 이러한 병목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자금은 이미 투입되고 있고 생산 기반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생산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으로는 “드론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드론 생산 역량 자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은 2~3주마다 바뀔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정상회의 기간 방산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산업 포럼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 계약과 예비 계약, 공동생산 협정 등이 발표될 예정으로, 나토는 이를 통해 회원국들의 방산 생산능력 확대와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