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이번엔 바다로…태양광·풍력으로 달리는 요트 공개

오프쇼어 레이싱용 100피트급 풀 포일링 모노헐 요트
태양광·풍력·선원 동력 활용해 에너지 자립 목표
윈치 바이 와이어·800V 배터리 등 전동화 기술 적용


페라리가 공개한 오프쇼어 레이싱 요트 ‘페라리 하이퍼세일’의 에너지 관리 콘셉트 이미지. [페라리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페라리가 자동차 기술을 바다로 확장하고 있다. 대양 레이싱용 요트 프로젝트 ‘페라리 하이퍼세일’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와 선원이 만들어내는 동력을 활용하는 에너지 관리 콘셉트를 공개했다.

페라리는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100피트급 플라잉 모노헐 요트 하이퍼세일의 선박 내 에너지 시스템을 발표했다. 하이퍼세일은 외해 장거리 항해에 대응하는 오프쇼어 레이싱용 요트로, 수중익을 활용해 선체를 띄우는 풀 포일링 구조와 단일 선체 기반의 모노헐 설계를 결합한 프로젝트다.

이번 콘셉트의 핵심은 ‘에너지 자립’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주변 환경에서 얻는 신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선원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동력까지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 선박 운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페라리가 레이싱 트랙과 도로에서 축적한 전동화·제어 기술을 해양 레이싱 분야로 넓히는 시도인 셈이다.

페라리 하이퍼세일의 테크니컬 팀 리더인 마르코 구글리에모 리비지니는 “하이퍼세일은 완벽한 에너지 자립을 달성한 대양 레이싱용 최초의 포일링 모노헐 요트”라고 정의하며 “효율성과 성능 사이의 이상적인 균형을 보장하는 전기 시스템과 윈치 바이 와이어 등 혁신적인 솔루션 덕분에, 선박 내 모든 제어 장치는 항해 중 생성된 에너지만으로 완벽하게 작동한다”라고 말했다.

갑판 위에서는 ‘윈치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핵심 역할을 한다. 기존 요트의 윈치는 선원이 손잡이를 돌려 기계식 변속기나 유압 회로를 직접 구동하는 구조다. 하이퍼세일은 이 과정을 전기 신호와 에너지 흐름으로 바꿨다.

선원들이 손잡이를 돌려 만든 동력은 즉시 전기 에너지로 전환된다. 이후 중앙 전력망으로 모인 전력은 돛 조절 등 갑판 위 여러 기능에 실시간으로 분배된다. 자동차에서 기계적 연결을 전자 제어로 대체하는 바이 와이어 기술을 요트의 돛 제어 시스템에 적용한 형태다.

이 방식은 선원들의 피로를 줄이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저항이 커질수록 선원의 회전 속도가 떨어지고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반면 하이퍼세일의 윈치 바이 와이어 시스템은 일정한 크랭크 회전수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안정적인 전력 출력을 가능하게 한다.

페라리는 이 시스템을 통해 한 명의 선원이 최대 9톤에 이르는 하중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달 축에서 생성된 전기는 선박 내 전력망으로 공급되고, 돛 조절용 윈치나 갑판 위 조절 장치를 움직이는 유압 펌프 구동에 쓰인다. 이 과정에는 페라리 푸로산게와 F80의 능동형 서스펜션 시스템에 사용된 것과 같은 전기모터가 활용됐다.

하이퍼세일의 윈치 솔루션은 페라리 12칠린드리 마누알레에 적용된 바이 와이어 접근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기계적 조작감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제어는 전자 신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페라리는 이 같은 전자제어 노하우를 해양 환경에 맞게 재해석했다.

갑판 아래에는 요트의 비행 자세와 안정성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들어간다. 전자 장비, 센서, 유압 시스템, 배터리, 제어장치가 통합돼 포일 위에서의 주행 높이와 선박의 움직임을 관리한다. 전압 체계도 12V부터 800V까지 네 가지로 구성됐다.

하이퍼세일 엔지니어들은 부속 장치 제어를 위해 능동형 플라이트 컨트롤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저속 작동’과 ‘고속 작동’으로 나뉜다. 저속 작동은 포일 암과 캔팅 킬처럼 큰 움직임을 제어하고, 고속 작동은 제어면과 플랩의 빠른 움직임을 담당한다.

저속 작동에는 페라리 루체에 들어간 것과 같은 800V 후륜 전기 액슬이 쓰인다. 고속 작동에는 48V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소형 펌프 2개가 적용된다. 기능을 분리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 비상 대응 능력을 함께 확보하려는 설계다.

전력 공급원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하이퍼세일은 전자 장비와 유압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로 구동하도록 설계됐다. 남는 전력은 두 개의 800V 배터리에 저장돼 필요할 때 선박 각 장치에 배분된다.

풍력 에너지 시스템은 선미에 자리한다. 항해 조건에 따라 풍력 터빈을 장착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구조다. 페라리는 고속 항해 시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 전력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 흡입 각도와 설치 위치를 정밀하게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이퍼세일 프로젝트는 페라리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축적한 배터리, 전동화, 전자제어, 공기역학 기술을 해양 레이싱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시험하는 성격도 크다. 페라리는 하이퍼세일을 통해 고성능 모빌리티 기술의 적용 범위를 도로 밖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