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주가 급등락에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AI 생태계 바로 알기 [홍길용의 화식열전](902회)

반도체 주가가 아찔하다. 시가총액 천조원이 넘는 종목들도 하루에 10% 넘게 움직이는 날이 예사다. 이러다 ‘와르르’ 무너질까, 아니면 어느 날 다시 우뚝 설까?

열국지에서 춘추시대 진목공(秦穆公)의 명재상 건숙(蹇叔)은 통치의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욕심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서두르지 말라(毋貪, 毋忿, 毋急). 욕심 부리면 잃는 게 많고, 분노하면 주변을 떠나는 이가 많고, 서두르면 실패가 잦아진다(貪則多失, 忿則多離, 急則多蹶)”

코스피가 다른 주요국 증시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과 깊은 조정을 겪는 것은 구조적 성장에 베팅하기보다는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해 변동성을 거래(trade)하겠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들 일부가 욕심 내고, 화를 내고, 서둘렀던 것이다. 투기적 접근은 변동성이라는 비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구조적 성장 여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AI와 반도체 생태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게 먼저다.

※ 챗GPT의 도움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AI 버블론 어떻게 시작됐나

반도체 주가 상승의 스토리는 이렇다.

① AI에는 데이터센터(DC)가 꼭 필요하고, DC엔 반도체가 필수다.

② DC를 빨리 지어야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으니, 값이 얼마든 반도체 확보가 먼저다.

대규모 DC를 짓는 이들, 즉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HS)들이 예전보다 몇 곱절 값으로 반도체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이익이 폭증했다. 이익이 늘어나니 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해 보였다. 다만 주가를 밀어 올린 동력은 ‘이익 증가’이지 ‘이익 안정’은 아니었다. 반도체는 예전에도 높은 값에 잘 팔리다 이내 값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지난해 말부터 돈 잘 벌기로 유명한 HS들이 회사채까지 발행했다. DC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올 들어 HS들은 회사채 발행도 모자라 증자까지 시작했다. 걱정은 더 커졌다. 영업으로 번 돈(OCF) 대비 자본지출(CapEx)을 보자. 아마존은 2024년 2분기 51%에서 지난해 3분기 89%로 높아졌고, 올 들어서는 이 수치가 100%에 근접하며 잉여현금흐름(FCF)이 사실상 고갈되고 있다. 버는 것보다 더 쓰고 있다는 뜻이다. FCF가 빠듯해지는 사정은 알파벳도 비슷하다.

‘레비-칼레츠키 공식’과 투자의 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80%에 달한다. 주 고객인 HS들의 곳간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이런 이익률이 유지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값이 비싸 HS들이 투자를 줄이면 반도체 회사들도 좋을 게 없다. 이럴 때는 가격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되, 장기계약으로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이익 규모를 키워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증설 계획을 세운 이유다.

“기업(자본가)은 쓰는 것을 벌고, 가계(노동자)는 버는 것을 쓴다.”

거시경제학의 바이블이라는 케인스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이 세상에 나오기(1936년) 3년 전, 폴란드 경제학자 미하우 칼레츠키(Michał Kalecki)가 발표한 유효수요의 원리에 관한 논문의 핵심이다. 미국의 제롬 레비(Jerome Levy)는 칼레츠키보다 25년 앞서 이 구조를 간파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1929년 대공황을 예측하고, 증시 폭락 몇 달 전 사업과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 기업이익 = 민간투자(I) + 정부적자(G) + 순수출 − 가계저축 + 배당 등 기타 항목

주류 경제학에서 잘 다루지 않지만 전문투자자 세계에선 자주 이용하는 ‘레비-칼레츠키 공식’이다. 레비의 후손이 세운 ‘제롬레비 포캐스팅센터(Jerome Levy Forecasting Center)’는 이후에도 닷컴 버블과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사태 등 주요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곳으로 유명하다.

젠슨 황 바쁘게 돌아다니는 이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6월 잇달아 한국을 찾아, 직접 거래 관계인 삼성·SK 외에도 현대차, LG,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을 두루 만났다. 엔비디아는 오픈AI에도 투자했고, 영업현금흐름의 3분의 1 이상을 외부 투자에 쓰고 있다.

최근 AI 생태계에서는 합종연횡이 일상이다. 오픈AI는 미국 정부에 지분 5%를 넘기는 제안을 하며 사실상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돌려막기를 의심하지만, 레비-칼레츠키 공식으로 보면 상생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다. 내 투자가 남의 수익이 되고, 남의 지출이 내 소득이 되는 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는 반도체 장비업체 등 또 다른 기업들에는 돈벌이 기회다. 국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여기에도 반도체가 필요하다. 반도체 값이 언제까지나 오를 수는 없지만, 탄탄한 수요가 만들어진다면 이익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만큼 밸류에이션을 높여 잡을 만하다.

반도체+AI 성장 스토리 아직 탄탄

지금의 AI 반도체주 급등락을 단순히 거품 붕괴의 전조로만 보기는 어렵다. 공급 부족이 만든 초과이익은 조정될 수밖에 없고, HS들의 투자도 영원히 늘어날 수는 없다. 반도체 가격이 조정되고 공급이 늘며, 장기계약이 확산되는 것은 생태계가 무너지는 과정이 아니라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것은 단기 초고마진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장기 수요와 안정적인 이익 규모다.

메타(Meta)가 컴퓨팅 파워 임대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DC 공급과잉론이 고개를 들었다. 비용 부담에 AI 사용을 주저하는 기업이 많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는 HS들이 투자를 위축시켜 반도체 주가 거품을 꺼뜨릴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으로 이어졌다.

정작 DC 사업은 꽤 호황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부문 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계약은 체결됐으나 아직 인도되지 않은 클라우드 수주 잔고(backlog)도 전 분기 대비 거의 두 배로 급증해 4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구글은 자체 용량(capacity) 부족을 메우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xAI)로부터 매달 9억 2000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내고 약 11만 개 GPU의 컴퓨팅 용량을 빌리는(lease)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고도 컴퓨팅 파워가 부족하자 구글은 주요 고객인 메타의 사용량을 강제로 제한했다.

메타의 DC 임대 소식을 시장은 ‘공급 과잉’ 신호로 읽어 최근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주가가 폭락했다. 하지만 메타의 컴퓨팅 파워 임대는 스페이스X의 DC 임대와 비슷하다. 공급이 넘치는 게 아니라 자체 AI 경쟁력이 부족해서 남는 자산을 시장에 되파는 구조에 가깝다. 남는 컴퓨팅 능력이 임대로 재배분되는 것은 생태계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제번스의 역설과 소버린AI, AI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클로드의 미토스(Mythos)와 페이블(Fable), 오픈AI의 챗GPT 5.6은 미국 정부가 배포를 규제할 정도다.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에 따르면 AI 성능 개선은 더 많은 데이터 소비로 이어진다. 페이블이나 챗GPT 5.6의 토큰 소모량은 엄청나다. 최신 모델을 써 보면 이전 모델이 낯설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성능 개선이 계속되면 유료 사용 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DC와 HS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DC 수요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AI 규제로 주요국 사이에서는 소버린(sovereign) AI의 필요성이 화두가 됐다. 미국에만 의지하다 아예 종속될 가능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모든 나라가 챗GPT·제미나이·클로드 같은 파운데이션(foundation) 모델까지 구축하지는 못해도, 자체 DC의 필요성은 커질 수 있다. 미국의 HS 외에도 DC에 투자하는 곳,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곳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도 중요하다. 이들이 상장으로 충분한 자본을 조달해야 DC 이용료를 제대로 낼 수 있다. 사실 스페이스X도 xAI 투자금을 마련하려고 상장을 서둘렀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제대로 상장하지 못하면 그동안 투자받은 돈의 상환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주요 DC와의 계약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이들이 AI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유사시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7월 점검 포인트는 2분기 실적과 연준

당장 이달 나올 2분기 실적 발표가 정말 중요하다. HS들의 사정이 어떤지 살피는 게 먼저다. 당장 AI에서 충분히 벌지 못해도, 원래 본업이 괜찮다면 다행이다. 워낙 본업의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이어서다.

이달에는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결정도 이뤄진다. 이달엔 동결이 유력하지만 이란 전쟁으로 물가가 오른 데다 기업과 정부의 투자 수요까지 겹치며 시장금리가 많이 올랐다. 고금리는 주가와 상극일 때가 많았다. 고용지표가 둔화되면서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조금은 낮아졌다. 자본시장이나 자금시장에 나쁘지 않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미국 월가의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강세장은 늙어 죽지 않는다. 살해당할 뿐이다(Bull markets don’t die of old age — they are murdered)”

가장 흔한 살상무기가 가파른 금리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