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중심의 최초의 정치적 요구” “정당으로 대표되지 않던 목소리”…‘올공 집회’ 탈출구를 물었다 [세상&]

한 달 이어진 올림픽공원 집회
지혜로운 해법, 석학에게 물었다
“20~30대 정치적 성취 경험 필요”
신뢰 회복 위해선 “선관위 개혁”


3일 오전 8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아침 일찍 비가 내리자 집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채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윤승현 수습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올림픽공원 집회. 집회 측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여전히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집회 측은 재선거, 투표 방식 개선 등 당장 합의가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 책임 있는 기관의 답변이나 대책, 논의 시도 등도 온데간데 없다. 6월 3일 밤부터 이 같은 교착 상태로 이어진 집회가 한 달을 넘길 동안 명확한 탈출구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헤럴드경제는 지혜로운 해법을 찾고, 한 달간 이어진 올림픽공원 집회에 대해 적절한 의의를 찾기 위해 4명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의 목소리가 새롭게 모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집회 초기 20~30대가 주축을 이뤄 자발적으로 모였던 점을 주목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재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성격이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고 느껴진다. 정파적인 요구를 넘었다”며 “단순히 선거에 대한 불만을 넘어 체제 자체에 대한 불만족을 드러내고 있고, 나아가 사회 경제적 문제 등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요구가 접목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당히 의미 깊은 집회다”라며 “정치적 항의 또는 단일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한국 민주주의 안에서 정당으로 대표되지 않는 목소리들의 불만이 표출됐다”고 덧붙였다.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은 “청년 세대가 나서서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했다”며 “이에 국민적 책임 의식, 공감 의식도 확산했다.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겨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참정권 침해에 반발한 세력들과 특정 정치 목적을 가진 세력의 혼재 양상이었다”며 “시간이 갈수록 극우 유튜버 등이 개입하며 초기와 달리 국민적 지지를 잃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6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문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올림픽공원 집회에 대해 “20~30대가 중심이 된 최초의 정치적 요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며 “그간 주로 기성세대에 요구하거나 갈등을 만들어왔던 양상과 달리 국가를 향해 직접 개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출구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20~30대가 모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성취를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은 재선거, 당일투표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이 타협할 만한 대안이 제시돼야 물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총장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결국 구성돼 실질적인 조사를 하게 된 배경에 집회의 역할이 크다”며 “이 점을 인정하고 이제 역할을 넘기는 것도 필요한 때라고 본다. 여야가 동의해 조사를 시작했으니 집회 측은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한발 물러서면 박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회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윤태 교수는 “미 대사관 앞에도 늘 미군 철수를 외치는 집회가 있다”며 “국민적 지지를 잃고,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소수가 이어가는 집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 제시보다 높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 교수는 “이들이 정치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정당에서 논의됐던 내용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자체에 대한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국조특위를 통해 책임 및 원인 규명이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만약 문제가 아주 광범위하고 선거의 의미를 훼손한다면 재선거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조사 결과 보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에 맞는 해법을 다시 찾으면 된다. 우선은 정밀하고 분석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선관위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방식으로는 전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며 “여러 정당이 선관위를 감시·감독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도 “선관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말고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다만 선관위 개혁에서 정당적 이해관계를 따르기 보다는 20~30대가 정치적 성취를 위해서 노력해야 의의가 크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