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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3일 오전 서울 도심 내 개점 전인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수순에 접어들면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물론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전반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 1위 사모펀드가 대형마트 2위 사업자 인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사모펀드의 경영 능력과 책임론을 둘러싼 논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3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이날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관련 법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은 회생절차 개시일부터 1년 이내 가결돼야 하고, 최대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홈플러스는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이 가능했지만 법원은 더 이상의 절차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은 수행가능성이 없어 관계인 집회 심리·결의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회생 절차 폐지 이후 다시 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사실상 홈플러스는 청산 또는 파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는 물론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위상을 높인 상징적 거래였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약 5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차입금 1조4000억원도 떠안는 구조로 총 7조원이 넘는 규모의 거래였다. MBK파트너스는 칼라일그룹, 어피니에쿼티·KKR 컨소시엄 등 쟁쟁한 글로벌 사모펀드와 경쟁에 승리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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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오른쪽)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 |
당시 홈플러스는 이마트에 이은 국내 대형마트 2위 사업자였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체제에서 홈플러스는 온라인 유통 확산, 대형마트 업황 둔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하락세를 걸었다. 결국 지난해 3월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맞아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 등을 시도하며 탈출구를 마련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실패는 MBK파트너스의 투자 실패를 넘어 국내 PEF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의 주된 전략인 ‘바이아웃’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수년 뒤 매각 또는 상장 등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자산 매각, 배당을 통한 중간 수익 확보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기업가치 제고 성공 사례가 쌓이며 시장의 시선도 점차 완화됐다. IMM PE의 대한전선, 파인트리파트너스의 스킨푸드 등 구조조정 또는 회생 절차의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한 사례다. UCK파트너스는 공차코리아, 메디트를 발굴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VIG파트너스는 파편화돼 있던 상조·장례업계를 통합해 ‘프리드라이프’라는 조단위 대어로 키웠다.
하지만 MBK파트너스-홈플러스의 실패로 사모펀드의 기업 경영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국내 사모펀드 업계는 이미 홈플러스 사태 후폭풍을 체감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규제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안은 ▷중대 법령 위반 시 GP 등록 취소(원스트라이크 아웃) ▷GP 등록 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도입 ▷금융회사 수준 내부통제 기준 마련 등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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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 부담이 국내 운용사에 집중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해외에 기반을 둔 글로벌 PEF를 제외하고 국내 등록 GP만 규제가 적용될 경우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토종 사모펀드 대표는 “MBK는 투자자금 상당 부분이 국외 자본인 만큼 글로벌 사모펀드에 가깝다”며 “MBK를 겨냥한 규제지만 영향은 국내 운용사만 받는다. 최근 수천억원 규모, 중견기업 딜에도 글로벌 PEF가 들어오는 등 경쟁이 심해졌는데 규제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 KKR은 지난해 국내 화장품 패키징 전문기업 삼화 지분 100%를 7300억원에 인수했다. 블랙스톤은 미용실 체인 준오헤어 경영권을 확보했고, 칼라일 또한 올해 KFC코리아와 청호나이스 인수에 각각 2000억원과 1조원을 투입했다. 토종 사모펀드가 규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주춤한 사이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우량 기업을 싹쓸이한 것이다.
기관투자자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LP(유한책임투자자) 입장에서 토종 사모펀드는 출자 기회를 확보하기 쉽고, 국내 기업 성장과 구조조정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한 전직 연기금·공제회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사모펀드 규제책이 구체화하기 전부터 국내 운용사들이 많이 위축됐다”며 “대형 딜을 해외 사모펀드가 휩쓸어가면 몇 년 뒤 다시 ‘해외자본 먹튀’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LP들의 출자 심리 경색도 문제다. 특히 홈플러스처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 바이아웃 투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 현직 연기금·공제회 CIO는 “당분간 GP들도 B2C 기업 투자를 검토할 때 평판 리스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LP들도 B2C 기업 프로젝트 펀드 출자에 한층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회생 및 크레딧 시장은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경영권 거래가 위축되는 대신 DIP금융, 부실채권(NPL),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 등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순위 자금을 공급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활성화 되면서 사모펀드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2025년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 현황’에 따르면 기업대출, 메자닌 투자, 소수지분 인수 등 비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투자 집행액은 4조4000억원으로 전년 1조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투자 집행액은 23조7000억원으로 전년 24조1000억원 대비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