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응원’ 배재고 둘로 쪼개졌다…화환 전쟁터 된 학교 [세상&]

‘스벅 응원’ 논란에 진영 간 갈등 현장 된 배재고 앞
학생 보호 차원 사복 허용 배재고…“눈치 보인다”


3일 오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학생들을 응원하는 화환 6개가 놓여 있다. 이준영 수습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의 ‘스타벅스 응원’에서 촉발된 논란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변질됐다. 배재고는 진영 간 갈등의 현장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논란 직후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국민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과분하다”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이기 시작했고 10개도 채 되지 않던 화환은 불과 하루 만에 70여개로 불어났다. 처음에는 학교를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대부분이었지만, 곧 이를 비판하는 맞불 화환이 등장했다.

헤럴드경제가 둘러본 3일 오전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정문 앞은 학생들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 6개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이날 오전 기준 정문 앞에서 확인된 비판 화환은 없었다. 화환에는 “후배들아 힘내라”, “너희는 세상의 등불이다”, “미래를 겁박하는 어른은 참어른이 아니다”, “국민 입을 막지 말라”, “배재고 야구부 화이팅”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화환 오른쪽 학교 철창에도 역시 A4용지로 된 응원 문구가 있었다. 문구에는 “주눅들 필요 없다. 너희들 잘못 하나도 없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인도 한편에는 강동구청 명의의 ‘불법 적치물 정비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이들을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


“눈치 보여 사복 입었다”…일반 학생도 ‘화환 갈등’ 피해


배재고 앞이 ‘어른들의 화환 전쟁터’로 변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이날 등굣길 학생들은 말을 아꼈다. 학생들은 정문 앞 화환을 거의 쳐다보지 않은 채 빠르게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학교의 교복·사복 혼용 지침으로 배재고 학생들은 2명 중 1명꼴로 사복을 입고 있었다.

사복 차림으로 등교하던 배재고 2학년 A군은 “학교에서 학생 보호 차원에서 사복을 입으라고 공지가 내려왔다”며 “어제부터 20일까지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야구부 논란 때문에 학교 이미지가 이렇다 보니 괜히 눈치가 보인다”며 “그래서 사복을 입고 왔다”고 했다.

A군은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온라인 여론은 신경이 솔직히 신경이 쓰인다, 인터넷에 공격 댓글을 보면 ‘배재고 학생이 다 그런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학년 B군은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니까 사복을 입었다”며 “솔직히 (온라인상에서 배재고 학생들을 향한) 너무 심한 말도 많아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응원 화환을 갖다 놓던 한 시민이 근조화환을 전부 뒤집어 놓아 학교 직원들이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일도 있었다. 강동구청은 전날 도로법 위반에 따른 불법 적치물이자 통행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화환을 철거한 바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의 경기 중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쳐 논란이 됐다. 해당 구호는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맞물려 5·18을 희화화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며 비판을 불렀다.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공정위원들이 배재고 야구부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연합]


배재고 ‘문제 학생’ 징계, 교육계 “교육적 해법 모색”


현재 배재고는 문제의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의 생활교육위원회 회부를 결정했고 동조 학생을 추가로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교육적 해법 모색과 역사·민주시민교육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전체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차별적·혐오적 표현 근절과 건전한 응원 문화 조성을 위한 긴급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며 “학생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를 대상으로 인권교육, 스포츠 윤리교육, 역사 인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다만 “학생 개인에 대한 신상 공격이나 과도한 비난이 확산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며 “책임을 묻는 과정도 교육의 원칙과 절차 안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배움을 통해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역할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학교 앞을 넘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고발전으로도 번진 상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전국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징계가 과도하다며 협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고발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