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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3차전에서 손흥민 [로이터/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승점 1이면 충분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승부수는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준비되지 않은 로테이션의 대가는 치명적이었다. 손흥민의 전반 선발 제외라는 파격적 라인업으로 경기를 시작했으나, 이날의 경기에선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울 전술적 준비 부족이 완전히 드러났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조별리그를 1승2패(승점 3)로 마친 한국은 조 3위로 내려앉았다.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기회를 놓친 대표팀은 이제 다른 조 결과에 따라 와일드카드 진출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결과는 단지 한 경기의 패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팀이 안고 있는 전술적 과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3차전에서 가장 큰 화제는 선발 명단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주장 손흥민과 베테랑 미드필더 이재성을 동시에 벤치에 앉혔다. 손흥민이 월드컵 본선에서 벤치에서 출발한 것은 처음이었다. 체력 안배와 후반 승부수를 위한 선택이라고 홍 감독은 경기 직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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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패한 한국 대표팀 [로이터/연합] |
로테이션은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미 조별리그 3차전은 많은 팀들이 체력과 토너먼트를 고려해 변화를 줬다.
경기 초반만 해도 주도권은 한국에 있었다. 그러나 전반 중반 이후 잦은 패스 미스와 느린 공격 전개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남아공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이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자 남아공은 전방 압박 강도를 높이며 오히려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문제는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공격 구조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기존 공격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손흥민이 있을 때는 상대 수비가 그의 침투를 의식해 쉽게 라인을 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날 남아공은 보다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펼쳤고, 한국은 이를 풀어낼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이강인은 볼을 오래 소유했지만 전진 패스를 연결할 공간을 찾지 못했고, 황희찬은 측면에서 고립됐다. 손흥민 대신 선발 기회를 잡은 오현규 역시 연계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상대 센터백 두 명과 홀로 싸웠다. 상대 센터백과 몸싸움을 이어갔지만 의미 있는 패스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의 문제라기보다 공격 전개 자체가 끊긴 경기였다.
더 큰 문제는 최전방보다 후방에서 시작됐다. 남아공은 한국의 공격 전개 핵심인 황인범으로 향하는 패스 길을 집중적으로 차단했다.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의 첫 단계를 봉쇄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중앙을 통하지 못한 채 좌우 측면을 오가는 이른바 ‘U자형 패스’를 반복했다. 전진 속도는 느려졌고 공격 템포도 끊겼다. 결국 공격은 측면 크로스나 무리한 롱패스에 의존했고, 남아공은 수비 블록을 유지한 채 이를 차분히 걷어냈다. 경기 내내 상대 수비를 흔들 만한 침투와 스위칭, 3선에서의 공격 가담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비롯한 교체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선수만 바뀌었을 뿐 경기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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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로이터/연합] |
빌드업은 여전히 막혔고, 공격은 측면으로 흐른 뒤 크로스나 롱볼에 의존했다. 손흥민이 투입됐지만 그에게 유리한 공간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후반 들어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후반 18분 결국 균형이 무너졌다. 남아공은 한국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했고, 마세코가 침투에 이은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20분에는 수비의 핵 김민재가 교체됐다. 종아리 통증 때문이었다. 이미 한 골을 내준 상황에서 수비 리더까지 잃은 대표팀은 공격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경기 막판 안정감도 떨어졌다.
선제골을 내준 뒤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공격의 강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의 공격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규성을 투입해 공격 숫자를 늘렸지만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기 위한 움직임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측면 전개와 크로스에 의존했고, 남아공은 두 줄 수비를 유지하며 이를 무난하게 차단했다.
상대가 라인을 내린 만큼 과감한 전진 압박과 세컨드볼 회수, 미드필더의 적극적인 박스 침투가 필요했지만 이러한 변화 역시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 승부를 걸어야 했던 마지막 20여 분 동안 한국은 공격 인원을 최대치로 늘리지고, 공격 방식을 바꾸지도 않았다. 실점 이후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만한 전술적 메시지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경기 내용도 결과를 뒷받침했다. FIFA 공식 기록에 따르면 한국은 이날 슈팅 수에서 8-13, 유효슈팅에서도 3-4로 남아공에 뒤졌다. 조별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던 남아공을 상대로 경기 내용마저 밀렸다는 점은 이번 패배가 충격과 이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술과 경기 운영 전반에서 완패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선제골을 내준 이후 선수들에게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