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와트’, ‘에너지 하베스팅’은 새로운 에너지원
탄소배출 감소,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만들어야 할’ 보다 ‘버리지 말아야 할’ 에너지가 해법
“‘에너지 순환도시 부산’ 비전 선언과 로드맵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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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우 파노텍 회장이 지난 22일 부산 모라동 부산벤처타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써도 되냐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부산=정형기 기자 |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앞으로 해양수도 부산의 경쟁력은 항만 규모나 물동량이 아니라 에너지 경쟁력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가덕도신공항, 북항재개발, 엘코델타시티 등 에너지 수요가 크게 증가할 대규모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민선 9기 부산시정 출범을 앞두고 부산시의 에너지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22일 부산 모라동 부산벤처타워에서 만난 정광우 (주)파노텍 회장(건국대 산업경영융합학부 초빙교수)은 “‘만들어야 할 에너지’보다 ‘버리지 말아야 할 에너지’가 해법”이라며 “이는 부산의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네가와트(Negawatt)’와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두 키워드를 주제로 정 회장에게 ‘해양수도 부산’이 펼쳐야 할 에너지 정책과 탄소중립의 미래를 물었다.
-RE100 대신 ‘네가와트’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기업이 사용 전력량 100%를 2050년까지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캠페인 RE100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산보다 절감이 더 싸고 더 빠르다.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써도 되냐’를 물을 시점이다. ‘네가와트’는 절약한 전력 자체를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보는 개념이며,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날씨나 계절 영향을 받지 않는 가장 안정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네가와트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첫째,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생산한 에너지(Negawatt)다. 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고도 확보 가능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다. 스마트빌딩, 스마트항만, 수요반응(DR), 고효율 설비 운영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미사용 에너지(Unused Energy)다. 도시 안에 존재하지만 못 쓰고 버려지는 에너지다. 선박이나 산업단지, 데이터센터의 폐열, 하수열, LNG 냉열 등이다. 셋째, 하베스팅 에너지(Harvested Energy)다. 항만이나 지하철의 진동에너지, 보행 압력에너지, 건물 환기덕트 풍력, 파력 및 조력에너지 등 주변 환경에서 회수하는 에너지다. 넷째, 잉여에너지(Surplus Energy)다. 사용 후 남는 에너지다. 건물간 전력이나 산업단지 열에너지 공유, 항만 에너지 공유, ESS 저장 후 재활용 등을 통해 쓸 수 있다. 다섯째, 절감에너지(Energy Savings)다. LED 조명 교체, 고효율 냉난방 설비, 인버터 적용, 스마트 제어 등 효율 향상으로 확보한 에너지다.
-건축물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7%를 차지한다고 했다. 국내 공공건물의 현실과 개선 여지는.
▶건축물의 냉난방·환기·조명이 약 27%, 건설·자재과정이 약 10%로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의 37%를 차지한다. 탄소중립 승부처가 발전소만 아니라 건축물에 있다는 뜻이다. 국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공공건물은 지방정부가 에너지 하베스팅 정책을 적용할 최적 공간이다. ZEB(제로에너지건축물),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AI 스마트 제어기술을 도입하면 에너지 소비를 20~40%까지 줄일 수 있고, 이 절감량 자체가 네가와트다.
-부산에서 네가와트를 실천할 구체적 방법들은.
▶우선,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확대해야 한다. 또 부산항을 중심으로 하역장비 전기화, 육상전원공급설비(AMP), AI 기반 에너지관제를 통해 스마트항만을 구축해야 한다. 선박폐열, LNG 냉열, 산업단지 폐열, 하수열 등을 활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지역기업이 참여하는 실증사업을 확대해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 참여형 에너지 플랫폼을 마련해 절감 에너지에 대한 인센티브와 탄소포인트를 제공해야 한다.
-성남 판교에서 사업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부산에 내려와 사업을 시작한 동기는.
▶성남은 인구가 92만 정도 되고 판교에 건물이 집약돼 있지만, 에너지 산출량 자체가 크지 않다. 부산은 건축물, 항만, 물류, 해양 인프라가 집적된 도시다. 건물 뿐 아니라 선박 등 네가와트와 에너지 하베스팅을 적용할 현장이 어느 도시보다 다양하다. 가덕도신공항, 진해신항, 북항, 에코델타시티 등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처음부터 에너지 순환 설계를 반영할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현재 부산시의 에너지 정책은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보나.
▶부산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공공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 등 탄소중립 기반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약점은 에너지 정책이 아직 공급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가덕도신공항, 진해신항, 북항재개발, 에코델타시티,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국가사업 추진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에너지를 절감하고 회수하며 재사용하는 ‘에너지 순환경제’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은 항만, 선박, 산업단지, 공공건축물 등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최초 ‘에너지 순환도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산의 에너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나.
▶부산의 에너지 정책은 생산중심에서 순환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는 태양광을 얼마나 설치했는가보다 얼마나 절감, 회수, 재사용했는가, 얼마나 많은 지역기업이 참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했는가를 평가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시민에게는 탄소중립이라는 추상적 개념보다 전기요금 절감, 에너지 포인트 등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야 지속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탄소중립 기술을 선도하는 도시가 미래 투자와 인재를 유치한다. 에너지 절감으로 확보한 재원은 청년일자리, 교육, 복지, 도시안전에 재투자될 수 있다. 부산은 에너지가 부족한 도시가 아니라, 아직 활용 못한 에너지가 넘치는 도시다.
-전재수 시장 당선인의 ‘민선 9기 부산시정 인수위원회’에 주고 싶은 정책 제안은.
▶대한민국 최초로 ‘에너지 순환도시 부산’ 비전을 선언하고 ‘생산-절감-회수-재사용’의 선순환 체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해양수도의 경쟁력은 항만규모나 물동량이 아니라 에너지 경쟁력이 결정할 것이다. 네가와트, 미사용 에너지, 하베스팅 에너지, 잉여에너지, 절감에너지 등 ‘5대 에너지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만이 가진 강점을 활용한다면 탄소중립은 물론 지역기업 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 도시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