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美재무 “이란 동결 자산 해제 시 재무부가 감독할 것”

韓 지불한 대금 묶여있는 카타르부터 동결 해제 검토
“재무부가 자금 배정 방식 감독할 것”
미국산 식료품·의약품 구매 조건도 언급
이란 “동결 자산 사용 목적·방식 모두 이란이 결정” 반박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출연해 향후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을 해제하게 되면, 재무부가 자금 배정 방식과 용처 등을 감독할 것이라 밝혔다.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해외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이 향후 합의에 따라 해제되면 재무부가 이를 감독할 것이라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해제가 카타르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도하에 있는 재무부의 관리들이 자금 배정 방식을 감독할 것”이라며 이란이 동결 해제된 자산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카타르에 있는 이란의 동결 자산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과거 한국이 이란에서 수입한 원유 결제 대금 약 60억달러(약 9조2000억원)부터 풀겠다는 뜻이다. 한국은 이란과 원유 거래를 해왔는데, 2018년 미국이 이란 핵 합의(JCPOA)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 시중은행에 예치됐던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석유 수입 대금 원화 계좌가 동결됐다. 이후 2023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 수감자 교환 합의를 하면서 한국에 묶여 있던 대금이 유로화 등으로 환전돼 카타르 도하에 있는 계좌로 이체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 친(親)이란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이란의 개입 우려로 인해 해당 계좌가 다시 동결됐다.

이란은 이를 돌려받기 위해 한국 정부에 집요하게 독촉해 왔다. 2021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한국 국적 선박을 해양 오염 혐의로 나포한 것도 원유 결제 대금을 받기 위한 압박 전략이라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이란의 원유 결제 대금이 현재 한국 시중은행 내에 남아있지는 않지만 카타르에 ‘억류’되면서, 이란으로서는 여전히 애가 타는 상황이다. 카타르에서 동결 자금 해제가 진행되면, 이란의 숨통도 트이고, 한국도 복잡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SNS)에 게시글을 올려, 동결 해제되는 이란의 자금은 미국이 통제하는 애스크로 계좌로 들어갈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이란의 동결 자산 사용 방식이 합의와 다르면, 이란이 계좌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양국의 합의에 따라 해제하게 되는 동결 자금의 규모나 카타르의 어떤 기관이 계좌를 통제할지, 자금 유용을 막기 위해 재무부가 어떤 법적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CNBC는 “백악관이 주요 안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선제적으로 이란에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이 동결 해제로 손에 쥐게 되는 자금을 미국산 농산물과 의약품 구매에 쓸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주장했던 내용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이 받는 돈은 동결된 이란 자금에서 나올 것이며, 그중 매우 큰 비율이 미국의 식료품과 의약품을 구매하는 데 쓰일 것”이라며 “이 조치가 자금을 다시 미국 제품으로 ‘재순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결 해제된 자금은 우선적으로 “이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란의 설명과는 상충한다. 이란은 동결이 해제된 자산의 사용 목적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미국산 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결 해제 후 사용 방식에 대해서도 자국의 이익에 따라 이란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현지 매체인 타스님 통신에 “어떠한 농산물 구매도 미국이 부과한 조건이 아닌 가격과 품질에 기반할 것”이라 반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