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다주택가구 31.4%의 2배
집값 상승에 보유세 버티며 매도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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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 다세대 주택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다주택자 중에서도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 상환 능력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주택자는 보유한 주택(자산)이 많아 당장 집을 처분하면 빚을 갚을 수 있어 DTA(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그 중 저소득 다주택자의 경우 ‘집은 많아도 매달 손에 쥐는 현금 흐름으로는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위험 시그널이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 다주택자가 원활하게 자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다주택자의 DSR(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은 72.9%로, 고소득 다주택자(31.4%)의 2배를 넘어섰다. 저소득 다주택자는 수입의 70% 이상을 빚을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저소득 다주택자의 DSR은 정부가 정한 관리 수준인 40%를 30%포인트 이상 크게 상회한다. 이는 향후 대출 상환 과정에서 일시적인 병목 현상이나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발(發)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소득 다주택자의 DSR 비중이 이처럼 높은 이유로는 소득의 한계와 ‘갭투자’가 꼽힌다. 근로·사업 소득은 적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채 샀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다 부동산을 늘린 고령층 및 영세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고령화로 인해 은퇴 후 소득은 줄었지만 주택 임대수익에 의존해 생활하는 가구들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이 집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면 소득을 보전하고 부실을 막을 수 있음에도 현 시장 구조상 매도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지면서까지 빚으로 버티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되거나 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융 부실화 등 연쇄적인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리가 조금만 오르거나 경기 침체로 소득이 더 줄어들면 즉시 연체로 돌입할 수 있고, 이는 대출을 해준 1·2금융권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경기 침체 시 이들의 부실 위험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면서 “정부는 비거주 주택에 대한 규제나 보유세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 중인 만큼 이같은 저소득 다주택자가 자발적으로 매물을 내놓도록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 다주택자가 감당하지 못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파산할 경우,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나 ‘전세사기’ 등 사회적 피해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취약한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을 중심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임대업자의 이자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월세 수입은 고정되어 있어 역마진이 발생하고, 결국 그 손실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적다고 해서 자산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LTV(담보인정비율)는 상대적으로 낮고 DSR이나 DTI(총부채상환비율)만 높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들이 보유한 고유 자산 규모와 실질적인 담보 가치를 함께 파악해야 마찰적 부실인지 구조적 위기인지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