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버리지 선물 확대에 강제청산 우려
현물 ETF·스테이블코인으로 전통 금융 접점 확대
![]() |
| 비트코인을 형상화한 이미지. [123rf] |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선물 거래가 새로운 가격 변동 요인으로 부상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시장 내 현·선물 차익거래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역외 거래소를 중심으로 고레버리지 선물 거래가 확대되면서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디지털자산 시장이 주식·채권시장과 연결되는 경로도 넓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24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선물 레버리지확대, 디지털자산재무기업(DAT) 보유물량 증가 등 과거와 다른 (디지털자산) 가격 변동 요인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은은 디지털자산 가격이 그간 글로벌 유동성 흐름과 비트코인 반감기 등의 영향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2015년~2026년 기준 비트코인 가격과 글로벌 유동성 간의 상관계수는 0.33으로, 나스닥(0.47)보다 낮았다. 그러나 가격 하락기에는 비트코인과 글로벌 유동성 사이 상관계수가 0.62로 높아져 나스닥(0.59)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유동성 축소 국면에서는 비트코인도 주식 등 위험자산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주목할 점은 선물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5대 거래소(바이낸스, 바이비트, OKX, HTX, 비트겟)의 디지털자산 선물거래 규모는 551조1000억달러로 현물 거래 규모(106조6000억달러)의 약 5.2배에 달했다.
한은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 레버리지를 약 4배로 제한하는 반면, 바이낸스와 같은 역외 거래소에서는 포지션 규모에 따라 최대 150배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CME의 비트코인 선물은 계약당 비트코인 5개를 기준으로 한다. 계약 증거금이 전체 계약 가치의 약 25% 수준에서 유지되는 만큼 이를 역산하면 레버리지 가능 규모가 약 4배로 계산된다는 설명이다.
중앙화거래소(CEX)뿐 아니라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도 선물 거래가 현물 시장을 앞지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퍼프 DEX의 24시간 거래량은 223억28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코인마켓캡 기준 이더리움 현물 24시간 거래량 105억7000만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고레버리지 선물거래는 가격 하락기에 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의 증거금 부족이 발생하고 선물 포지션 강제 청산이 이어지면서 다시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구조다. 한은은 역외 거래소를 중심으로 고레버리지 선물거래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가격 하락과 강제 청산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현물 ETF 도입도 가상자산 시장 구조 변화를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2024년 1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면서 기관자금이 유입돼 수요 기반은 넓어졌다. 하지만 가격 하락기에는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와 헤지펀드 알고리즘 매매에 따른 쏠림 현상이 가격 하락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AT 기업으로 수요가 편중되는 현상도 가격 변동 요인으로 지목됐다. 스트래티지의 현재 비트코인 보유량은 84만7363BTC다. 일부 DAT 기업의 시가총액이 보유 디지털자산 가치를 밑돌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보유 디지털자산을 매각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트래티지는 지난 5월 비트코인 32개를 매도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스트래티지의 매도가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디지털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계성도 강화되고 있다. 한은은 디지털자산 시장과 주식시장 간 동조성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2022년 글로벌 금리 인상 등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높아졌으며 2024년 미국 현물 ETF 도입 이후에도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확대는 채권시장으로의 전이 경로를 만들고 있다. 테더와 서클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미국 단기국채 보유 규모가 늘어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환매가 단기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이후 시장이 커질수록 발행잔액, 준비자산 구성, 환매 흐름 등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가시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 ETF 거래가 허용되지 않고 법인의 시장 참여도 관행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비트코인과 코스피 간 관계가 최근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제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과 연계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위험자산 동조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