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초당적 주택법안 통과…주택공급 확대·가격 안정 추진

기업의 단독주택 매입 제한
규제 완화·건설 촉진 포함 주택 부족 해소 기대
하원 통과 후 트럼프 대통령 서명 전망
연방의사당상원주택법통과
주택공급확대와 가격 안정화를 골자로한 주택법안이 통과된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공사장에서 작업 중인 인부 너머로 연방의사당이 보이고 있다.[AP=연합]

미국 연방상원이 주택 공급 확대와 주택가격 안정화를 목표로 한 초당적 주택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최근 수십 년간 추진된 주택정책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개혁안 중 하나로 평가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상원은 23일 해당 법안을 찬성 85표, 반대 5표로 가결했으며,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갔다. 하원도 이번 주 내 최종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될 전망이다. 법안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연방 규제를 완화하고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와 대형 기업 투자자들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다만 상원 초안에 있었던 '투자자가 신규 건설 주택을 7년 이내 매각해야 한다'는 조항은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팀 스콧 의원은 "주택 공급을 늘리고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며 더 많은 미국인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1990년 이후 의회를 통과한 가장 중요한 주택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은 15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50만 달러를 넘는다"며 "연방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워런 의원은 또 "사상 처음으로 사모펀드가 단독주택을 대량 매입해 월가의 투자상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맥신 워터스 연방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번 법안에 대해 "전국적인 주택난과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주택 부족·높은 금리로 시장 침체 미국 주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등한 주택가격과 높은 모기지 금리의 영향으로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 기존주택 거래량은 2023년 이후 연간 약 400만 건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역사적 평균인 연간 520만 건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기존주택 판매는 3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올해 1월과 2월에도 전년 대비 감소세가 이어졌다. 백악관이 4월 발표한 경제보고서는 미국의 주택 부족 규모를 약 1,000만 채로 추산했다. 또한 최근 발표된 하버드대 공동주택연구센터(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 보고서는 기존주택 판매가 30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높은 주택 구매 비용으로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대시장도 부담이 여전하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미국 중간 임대료는 약 3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5월 기준 임대료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17.2% 높은 수준이다. ●지방정부 인센티브 확대 법안은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개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도록 했다. 또 주택 건설 실적이 우수한 지방정부에 지역사회개발보조금(CDBG)을 추가 지원하고, 방치된 기반시설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에도 연방 자금을 제공한다. 주택 공급을 제한해 온 낡은 용도지역(zoning) 규제 개혁을 원하는 지방정부를 위한 지원 체계도 마련된다. 이와 함께 은행들의 저소득층 주택 투자 한도를 확대하고, 섹션8(Section 8) 프로그램을 활용한 공공주택 재개발 지원 규모도 늘린다. 제조주택(Manufactured Housing)에 대한 연방 금융지원도 확대된다. 워런 의원은 "제조주택은 미국에서 가장 비용 효율적인 주거 형태 중 하나지만 금융 접근성이 제한돼 왔다"며 "보다 많은 저렴주택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복구 지원 프로그램은 3년 한시 운영 상·하원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연방 재난복구 보조금 프로그램은 영구화 대신 3년 한시 승인 방식으로 절충됐다. 최종 법안은 집주인 단체와 임대주택 업계, 저소득층 주거 지원 단체 등 주택 관련 단체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전국주택회의(National Housing Conference)의 데이비드 드워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법안이 주택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주택 affordability(주거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황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