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대금 수개월째 묶이며 직원 감축·대출로 연명
중기중앙회 “경영 위기 책임 없는 협력사 생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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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헤럴드 DB] |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문 닫기 일보 직전입니다.”
홈플러스에 속옷을 납품하고 있는 비비센스는 생사기로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부터 홈플러스의 납품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9명이던 직원이 3명으로 줄었다. 이 업체의 매출 중 홈플러스 납품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80%이다. 이 업체가 홈플러스로부터 못 받은 돈은 5~6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에는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는 큰돈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서 납품업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납품 대금 회수가 지연될 경우 자체 자금으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정산 지연이 이어지면 협력업체의 경영난이 확대되고,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종필 비비센스 대표는 “지금 회사가 문 닫기 일보 직전”이라며 “은행 대환 대출로 메꾸는 상황인데 금리도 높아서 감당이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비비센스와 관련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제작한 상품들을 처분할 수 없어서 납품하고 있지만, 홈플러스 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이 업체들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연쇄적인 문제다 보니 곳곳에서 난리인 상황”이라며 “홈플러스용으로 생산된 상품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판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선 개인 돈으로 버티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대출을 받아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홈플러스에 양말 등을 납품하는 다른 업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업체는 홈플러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0% 수준이라 아직 버티고 있지만, 최근 적자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업체가 홈플러스에서 받지 못한 정산 대금은 10억원 가까이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매출도 문제지만 돈이 돌지 않고 자금이 묶이다 보니 중국공장에 줄 대금도 없다”라며 “여러 업체가 지금 물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업체는 지난 5월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 하지만 남은 재고 처리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심각함을 넘어 죽음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그는 “재고 금액만 7~8억원 정도 된다”라며 “완전 마이너스인 상황이고 주위에는 홈플러스 대금 정산이 안 되면서 부도난 회사도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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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8일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매대가 홈플러스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연합뉴스] |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품하고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 중소상공인의 미정산 금액이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가 대금 정산 지연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대금 정산 지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정산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기업은 40.7%에 달했다.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이 16.7%, 10억원 이상이 24.0%였다.
납품일로부터 60일을 초과해 정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응답은 98.0%로 나타났다. 사실상 대부분의 응답 기업이 수개월째 납품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산 지연에 따른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원부자재 구입대금 및 하도급 대금 결제 지연’이 85.3%로 가장 많았다.
김희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홈플러스의 정산 지연 사태가 수개월째 장기화하면서 예기치 못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며 “홈플러스 경영 위기에 일말의 책임도 없는 만큼 마땅히 이들 기업의 생존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