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계정, 월드컵 욱일기 등장에 규탄…‘침략의 피로 얼룩진 전범기’

2026 월드컵 경기장 욱일기 등장 논란
FIFA 규정 위반한 일본 응원단의 만행
중국군 매체 군국주의 유산 전면 비판
서경덕 교수, FIFA에 공식 고발 조치도

일본과 튀니지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중계 화면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중국군 소셜미디어 계정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 내 일본 욱일기 응원을 전면에서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계정은 욱일기를 ‘침략의 피로 얼룩진 전범기’로 규정하며 국제축구연맹(FIFA)의 엄격한 규정 집행을 요구했다.

지난 21일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일본과 튀니지의 경기 중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펼쳐진 장면이 경기 중계 화면과 전광판에 포착됐다. 해당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1000번째 경기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 욱일기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아시아·태평양 침략 전쟁 시기에 사용했던 깃발로, 중국과 한국 등 침략 피해국들에게는 식민 지배의 고통을 상기시키는 정서적 거부감이 강한 상징물이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쥔정핑’은 지난 22일 ‘월드컵 경기장은 군국주의의 혼을 부르는 곳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하고 즉각적인 비판에 나섰다.

중국 군부의 대외 스피커 역할을 하는 쥔정핑이 스포츠 무대의 정치적 상징물 노출을 정조준한 것은 이례적이다. 쥔정핑은 “군국주의의 흔적이 남은 욱일기가 일본 대표팀 경기장 안팎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면서 “욱일기는 침략의 피로 얼룩진 전범기이며 국제축구연맹(FIFA)이 명시적으로 금지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과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도 일본 팬들이 경기장에 욱일기를 반입하려다 보안 요원들에게 제지당한 선례가 있음에도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자 쥔정핑의 비판 수위는 더 높아졌다.

쥔정핑은 “일본 팬들이 욱일기를 응원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침략 역사를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피해국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일본 사회의 군국주의 역사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방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축구장에는 군국주의 유산이 설 자리가 없으며 역사를 모독하는 모든 형태의 응원 행위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장의 욱일기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한국에서도 국제기구를 통한 정식 고발 조치 등 행동주의적 대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과 튀니지의 경기 도중 경기장 내에서 욱일기 응원이 펼쳐진 사실을 지적하며, FIFA 측에 항의 및 고발 메일을 발송했다고 22일 밝혔다.

서 교수는 “욱일기는 과거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전면에 내세운 깃발로,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한다”면서 “이는 아시아 축구 팬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명백한 행위”라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의 강제 제지 선례를 언급하며 이번 북중미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허술한 관리 감독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 서 교수는 “국적과 인종을 넘어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월드컵 현장에서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 응원이 펼쳐지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욱일기 역사를 잘 모르는 세계 축구 팬들에게 욱일기 사용의 문제점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