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10년…‘북부의 왕’ 버넘 英 차기총리 되나

지역 경제 중시 ‘맨체스터리즘’ 온건 좌파
스타머 사임에 내달 EU·英 정상회담 연기



22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63) 영국 총리의 사임으로 앤디 버넘(56·사진) 하원 의원이 차기 총리 지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하원 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한 버넘 의원은 스타머 총리의 사임 발표 직후 차기 총리 도전 의사를 밝혔다. 버닝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키어의 결정은 이행의 시작이며 이 과정은 질서와 책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나는 그 과정의 일부로 나 자신을 내세우겠다”고 썼다. 그는 이날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의회에서 정식 취임 선서를 하고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선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데, 하원의원만 당 대표 선거 출마 자격을 얻는다. 당내 지지가 높은 버넘 의원이 경쟁자 없이 홀로 충분한 수의 의원 지지를 확보하면 경선을 치르지 않고 대표 선출이 가능하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7월 9∼16일 당 전국집행위원회(NEC)를 통해 대표 후보를 지명하고 9월 1일 의회 개회 이전에 차기 대표를 확정하는 차기 대표 선출 일정을 제시했다.

버넘 의원은 리버풀 교외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2001년 31세 나이로 하원에 첫 입성했다. 입성 이후 17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는 동안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문화부·보건부 장관과 재무부 수석 부장관, 내무부·보건부 차관을 역임했다. 노동당의 실각 이후 제1야당 시절엔 예비내각 보건, 교육, 내무장관 등을 맡았다. 2010년과 2015년 당 대표 경선에 도전했으나 각각 에드 밀리밴드, 제러미 코빈에게 밀려 고배의 잔을 마셨다.

버넘 의원은 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빗댄 ‘북부의 왕’이란 별명을 얻게됐다. 그는 2017년 지방 선거에서 63.4% 득표율로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으로 취임한 그는 지역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코로나19 사태 대응 등 행정 능력을 인정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실제로 버넘 의원의 재임 기간 동안 맨체스터 지역 경제는 영국 평균의 두 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버넘 의원은 ‘기업 친화적 사회주의’라는 경제 모델을 주장하는 중도좌파 노동당 내 온건 좌파로 평가된다. 9년 만에 중앙 정치인 웨스트민스터에 재입성하게된 버넘 의원은 총리 후보로서 정치적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영국은 최근 4년 동안 다섯 명의 총리가 교체되는 정치적 혼란을 겪어왔으며, 경제 성장 둔화와 재정 압박도 심화하고 있다.

한편 스타머 총리의 사임하며 내달로 예정된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정상회담은 미뤄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오는 23일로 꼭 10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었다. 버넘 의원은 EU에 우호적인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EU)재가입 논란에는 현재로선 이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