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약전쟁’ 사망자 210명…의심 선박 또 폭격

동태평양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 공습
2명 사망·6명 구조…미군 구체적 증거 공개 안해
트럼프표 ‘서던 스피어’ 작전 사망자 210명 넘어
인권단체 “사법절차 없는 초법적 살해” 비판

5월 29일(현지시간)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공격한 미군. 미군은 이 공격으로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남부사령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군이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또다시 공습해 2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해당 선박이 실제 마약 밀매와 연루됐다는 구체적 증거는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군 남부사령부는 22일(현지시간)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매 경로를 따라 이동하던 선박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남부사령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선박이 미군 공격을 받은 뒤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이 담겼다.

미군은 이번 작전으로 선박 탑승자 2명이 숨졌으며 생존자 6명은 미 해안경비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조 경위와 신원, 이후 처리 절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미군은 해당 선박이 마약 운반에 사용됐다는 주장과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공습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對)마약 군사작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중남미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동태평양과 카리브해 일대에서 ‘서던 스피어(Southern Spear)’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작전은 미군이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직접 추적한 뒤 공습 또는 무력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군은 이를 통해 대규모 마약 밀매망을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망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당 작전으로 숨진 인원은 21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법률 전문가들과 인권단체들은 작전의 적법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약 운반 의혹만으로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것이 국제법상 허용되기 어렵고, 사법 절차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사실상 초법적 처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본토에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표적 선정 기준과 증거, 사후 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 카르텔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군사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린 사이 미국이 중남미 해역에서 사실상 또 다른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