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는지도 몰랐다”…BMW, 탑승자 눈까지 가린 ‘이유 있는’ 자신감 [시승기-BMW iX3]

안대 쓰고 정차감 체험…제동 부드러움 인상적
계기판 없앤 실내, 예상보다 빠르게 적응
제동·차체 제어가 돋보인 전기 SUV


18일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시승한 BMW의 차세대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더 뉴 BMW iX3’. 정경수 기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안대를 쓰고 눈을 가렸다. BMW 관계자는 차량이 완전히 멈추는 순간을 맞혀보라고 했다. 감속하는 느낌은 분명 있었지만, 정지 시점은 쉽게 알 수 없었다. 멈췄다고 생각한 순간보다 실제 정차는 이미 조금 앞서 이뤄져 있었다. 처음 겪어 본 이색 실험에서 신차를 향한 BMW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18일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차세대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더 뉴 BMW iX3’ 시승 행사에서 체험한 ‘조이 오브 스토핑’ 프로그램의 과정이다. BMW는 신형 iX3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부드러운 제동감을 내세웠다.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이질감과 정차 직전 울컥거림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날 진행된 또 다른 시연도 인상적이었다. 차량 위에 물컵을 올려둔 채 콘(고깔) 사이를 통과하는 지그재그 코스(슬라럼)를 주행하며 차체 움직임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빠른 속도로 방향을 바꾸는데도 컵 속 물은 넘치지 않았다. 단순히 가속이 빠른 전기차가 아니라 차량 움직임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어하는지 보여주려는 BMW의 의도가 읽혔다.

더 뉴 BMW iX3에 처음 적용된 ‘BMW 파노라믹 iDrive’ 실내 모습. 앞유리 하단의 ‘BMW 파노라믹 비전’이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 차량 상태 등을 표시한다. [BMW 제공]


계기판이 사라졌다…그렇지만 더 편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운전석에 앉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계기판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앞유리 하단 전체를 정보 표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BMW 파노라믹 비전’이 적용됐다. 속도와 주행 가능 거리, 내비게이션, 차량 상태, 날씨 정보 등이 운전자 시야 아래쪽에 길게 펼쳐진다.

파격적인 디자인이 익숙해지는 데 몇 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선 이동이 줄었다. 기존 차량에서는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번갈아 확인해야 했다면 iX3에서는 대부분의 정보가 전면 시야 안에 들어왔다.

길 안내도 직관적이다. 앞유리 하단 정보창과 HUD가 자연스럽게 연동되면서 화면을 내려다보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중앙 디스플레이인 ‘파노라믹 iDrive’ 역시 기존 BMW와 확연히 달랐다. 일반적인 직사각형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형태에 가까운 디자인을 채택했고 운전자 방향으로 17.5도 기울어져 있다.

18일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시승한 BMW의 차세대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더 뉴 BMW iX3’. 정경수 기자


버튼은 사라지고 차는 더 똑똑해졌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는 물리 버튼 감소다. 공조 장치부터 대부분의 차량 설정이 화면 안으로 들어갔다. 음향 조절과 일부 필수 기능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조작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뤄진다.

기어 조작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 BMW 특유의 변속 레버 대신 버튼식 조작을 채택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와 UI 완성도가 높아 생각보다 불편함은 크지 않았다.

도어 손잡이도 흥미롭다. 평소에는 차체 안으로 숨어 있다가 운전자가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차량에는 주행 역동성, 운전자 보조, 인포테인먼트, 차량 기본 기능을 담당하는 4개의 고성능 컴퓨터가 탑재됐다. BMW는 이를 ‘슈퍼브레인’이라고 부른다.

18일 인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시승한 BMW의 차세대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 ‘더 뉴 BMW iX3’. [BMW 제공]


상적이었던 제동


트랙 주행에서는 BMW가 가장 강조하는 ‘하트 오브 조이’를 체험할 수 있었다. 469마력 출력과 68.5㎏·m 토크를 발휘하는 만큼 가속 성능은 충분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2톤이 넘는 SUV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진짜 인상적이었던 것은 브레이크다. 고속 구간 뒤 강한 제동을 반복했지만 차체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코너 진입과 탈출 과정도 안정적이다. BMW는 이를 BMW 역사상 가장 부드러운 제동 경험, 이른바 ‘조이 오브 스토핑’이라고 강조한다. 똑똑해진 차량의 두뇌가 가속과 제동, 조향, 차체 제어를 한데 묶어 처리하면서 멈추는 순간까지 매끄럽게 다듬은 것이다.

BMW는 하트 오브 조이가 이 같은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한다고 설명한다. 기존보다 최대 10배 빠른 연산 속도로 차량 움직임을 실시간 제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통과하는 코스와 긴급 차선 변경 코스를 달릴 때 차체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자 차의 성격은 또 달라졌다. 스티어링이 묵직해지고 가속 반응도 더욱 즉각적으로 변했다. 특히 시트 측면 볼스터가 자동으로 몸을 더 강하게 잡아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스포츠 모드를 해제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더 뉴 BMW iX3에 적용된 버튼식 기어 셀렉터. 기존 변속 레버 대신 간결한 조작 방식을 채택했다. 정경수 기자


회생제동은 강력했다


회생제동도 BMW가 공들인 부분이다. 기어를 B모드에 두자 감속 강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강한 회생제동이 걸린다. 전비 향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용자에 따라서는 멀미를 느낄 정도로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B모드는 BMW의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이다. 기어를 D에서 B로 바꾸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강한 감속이 이뤄지고, 상황에 따라 정차까지 가능하다. 차량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 배터리에 다시 저장하는 회생제동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반면 일반 D모드에서는 훨씬 자연스러웠다. 감속은 일정했고 정차 직전 꿀렁거림도 거의 없다.

더 뉴 BMW iX3 조수석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일부 마감재는 기대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았다. 정경수 기자


실내 고급감은 아쉬워


실내 소재의 고급감은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8000만원대 가격을 고려하면 일부 플라스틱 마감은 다소 평범하게 느껴졌다. 통풍시트가 빠진 점도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외관에서는 방향지시등 디자인이 다소 아쉬웠다. 램프 크기에 비해 실제 점등 면적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다만 실내 공간은 체급 대비 여유롭게 느껴졌다. 배터리 셀을 모듈 없이 팩에 직접 배치하는 ‘셀 투 팩’ 방식과 배터리 팩을 차체 구조 일부로 활용하는 ‘팩 투 오픈 바디’ 구조를 적용한 덕분이다. 차체 하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실내 바닥과 거주 공간을 넓혔다. 실제 2열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답답함이 적었고, 전기 SUV 특유의 낮고 평평한 바닥 덕분에 뒷좌석 거주성도 안정적이다.

더 뉴 BMW iX3에 적용된 ‘BMW 파노라믹 비전’. 앞유리 하단 전체를 정보 표시 공간으로 활용해 속도와 주행 가능 거리, 내비게이션, 차량 상태 등을 보여준다. 정경수 기자


BMW의 미래를 먼저 보여준 차


더 뉴 iX3의 핵심은 단순히 주행거리나 출력에 있지 않았다. 113.4㎾h 배터리와 국내 인증 기준 최대 611㎞ 주행거리, 800V 아키텍처, 초급속 충전, V2L 기능 등 전기차로서 내세울 만한 숫자는 충분히 갖췄다. 배터리 셀은 중국 EVE에너지가 공급하고, BMW가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 팩을 직접 생산한다.

국내 판매 가격은 7990만~9190만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BMW 3시리즈 가솔린 모델이 600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800V 아키텍처, 611㎞ 주행거리,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갖춘 모델로서는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가격대다.

다만, 중국 EVE에너지의 배터리 셀을 사용한 점과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통풍시트가 빠진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