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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석 셰프. [쵸이닷 제공]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웃기지만, 우습지 않다.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무대 위 펼쳐지는 감동의 코미디다.
파인다이닝을 영화에 비유하자면 흔히 예술적 표현과 감성적 해석을 중시하는 ‘아트하우스(Art House)’나, 치밀하게 계산된 스타일로 의미를 전달하는 ‘미장센(Mise-en-scne)’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최현석 셰프의 요리는 오히려 ‘코미디’에 가깝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위트 있는 형태의 음식은 손님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동시에 맛으로 감동을 전한다. 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은 코미디의 정의가 그의 요리에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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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조림햄 형태의 요리. [쵸이닷 제공] |
파인다이닝은 때때로 손님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안긴다. 높은 가격과 낯선 분위기 속에서 위축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현석 셰프는 그런 현실에 의문을 던진다. 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찾은 손님들이 불편해야 하느냐고.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웃고 즐기다 가기를 바란다.
“요리 30년 차에 깨달았어요. ‘나는 감동 있는 코미디 같은 요리를 하고 싶다’고요. 요리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파인다이닝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너무 먼 존재 같아요. 큰돈을 내고 찾아왔는데도 위축되는 경우가 있고요. 저는 파인다이닝도 즐겁게 머물다 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직원들에게 늘 ‘폼 잡지 마라’고 이야기해요. 손님들을 웃겨드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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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석 셰프가 좋아하는 건담 형태의 디저트. [쵸이닷 제공] |
그는 실제로 요리에도 유머와 위트를 담아낸다. 아이스크림 형태의 연어초밥 ‘쵸이바’, 반지함을 형상화한 레드벨벳 타르트 ‘봄의 신부’, 통조림 햄을 오마주한 ‘쉪햄’은 등장하는 순간부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최현석 셰프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의 캐릭터를 형상화한 디저트는 감탄마저 불러일으킨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소금 뿌리기’ 퍼포먼스 역시 요리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탄생했다. 어린 시절 수련했던 우슈 동작에서 영감을 얻었다.
“매일 같은 패턴으로 요리하다 보니 매너리즘 같은 게 있었어요. 좀 더 즐겁게 요리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해본 거죠. 어릴 때 우슈를 했는데 그 동작에서 착안했어요. 방송에서 보여드렸는데 반응이 좋았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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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함 형태의 레드벨벳 타르트. [쵸이닷 제공] |
물론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현석 셰프는 맛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엄격하다. 재미는 맛이라는 토대 위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맛을 포기하고 웃기기만 하는 요리를 해서는 안 돼요. 맛이 없으면 손님들은 절대 웃지 않아요. 그냥 우스울 뿐이죠. 요리의 본질은 맛입니다. 맛을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유머를 얹어야 해요. 제가 ‘감동을 주는 코미디 같은 요리’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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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석 셰프. [제이에스씨앤아이 제공] |
최현석 셰프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창의성’이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그의 도전적인 행보에 ‘크레이지 셰프’라는 별명을 붙였다. 앞서 언급한 유쾌한 요리들 역시 결국 그의 창의성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최현석 셰프는 자신의 창의성이 다소 특별한 성장 과정에서 나왔다고 말한다. 오늘날 파인다이닝 업계는 조리학교 졸업과 해외 유명 레스토랑 경험이 사실상 기본 스펙처럼 여겨진다. 고졸 출신인 최현석 셰프는 그런 파인다이닝계에 드문 케이스다.
“저는 흔한 케이스가 아니에요. 좋은 환경의 요리학교를 나오거나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연수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셰프는 많지 않거든요. 무식해서 용감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정형화되지 않은 도전적인 요리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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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석 셰프의 필리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 [쵸이닷 제공] |
요리사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로봇 태권브이를 좋아하는 상상력 많은 아이였다. 한때는 로봇 태권브이 조종사와 로보캅을 진지하게 꿈꿀 정도로 엉뚱한 면도 있었다. 큰 체격에 운동 신경까지 뛰어나 우슈 선수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스스로 “천재적이었다”고 웃으며 회상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가스펠 가수를 꿈꾸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위병 복무를 마친 뒤 현실적인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형의 소개로 용산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라쿠치나’에 입사하며 요리사의 길에 들어섰다. 스승인 김형규 셰프를 만나 요리의 기틀을 닦고 레스토랑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는다.
“라쿠치나에서 시작한 건 정말 행운이었어요. 훌륭한 스승님 아래에서 요리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배울 수 있었죠. 요리뿐 아니라 원가 관리, 서비스, 고객 응대, 거래처 관리까지 레스토랑 운영 전반을 익혔어요. 한 곳에서 10년을 일했다는 경험은 어떤 학력이나 경력보다 값진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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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쵸이닷 제공] |
그는 지금의 창작은 그 시절 쌓은 기본기 위에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창작은 기본기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인 것 같아요. 라 쿠치나에서 10년 동안 기틀을 닦았기에 지금의 창작도 가능한 것 같아요.”
최현석의 레스토랑 ‘쵸이닷’ 벽면에는 그의 아이디어 노트가 액자처럼 빼곡하게 걸려 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고민과 상상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구상한 창작 요리만 1만 개가 넘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한 달 동안 레스토랑 문을 닫은 적도 있다. 그만큼 그는 창작에 진심이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이유도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어요. 이상하게 영감은 꼭 새벽 3시쯤 찾아와요. 그때 깨서 팀원들 단체 대화방에 아이디어를 공유합니다. 안 그러면 잊어버리거든요. 다음 날 출근해서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요리를 만들죠. 예전에는 자주 왔는데, 요즘은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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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를 하고 있는 최현석 셰프. [채상우 기자] |
그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갈망한다. 다음 무대는 뉴욕이다.
“무릎이 깨져도 또 가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추구하는 길은 그런 것 같아요. 다음 스텝은 지금의 요리를 가지고 뉴욕에 가는 거예요.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요리를 사랑해주고 계세요. 같은 요리를 가지고 뉴욕에서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결국 최현석 셰프가 말하는 코미디는 단순한 웃음이 아니다. 사람을 즐겁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고, 끝내는 마음을 움직이는 또 다른 형태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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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쵸이닷 제공] |
그는 맛을 위해 누구보다 집요하게 고민하고, 새로움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을 몰아붙인다. 새벽 3시에 찾아온 영감을 붙잡기 위해 잠에서 깨고, 수천 장의 아이디어 노트를 쌓아 올린다. 그렇게 탄생한 요리들은 손님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그 웃음은 어느 순간 감탄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것. 최현석 셰프의 요리가 특별한 이유다. 요리 안에 유머가 담겼고, 그 유머 속에는 30년 동안 다져온 최현석 세프의 요리 인생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요리를 보고 웃다가도, 마지막 한 입을 삼킨 뒤에는 감동을 느낀다.
최현석이 꿈꾸는 파인다이닝은 어쩌면 그런 곳일 것이다. 웃음 뒤에서 가장 진지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맛으로 깊은 감동을 전하는 한 편의 코미디 무대가 되는, 그런 레스토랑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