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5억원 올랐다”…동탄 집주인들 ‘멘붕’, 계약해제까지 속출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반도체 호황 기대감으로 뜨거워진 화성 동탄신도시 아파트 시장에서 계약 해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달 말 고액 성과급 지급 등에 합의한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계약금을 배상하고서라도 매도 가격을 높여 재판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탄 아파트 시장은 규제지역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매수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규제 시행 전 막판 갭투자를 노리는 투자 수요는 여전히 이어지는 분위기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화성시 동탄구의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현재까지 1355건으로 집계됐다.

5월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전월 거래량(1001건)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10·15 대책 당시 규제지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났던 지난해 11월(1121건)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계약 해제도 크게 늘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5월 계약 해제 건수는 82건으로, 전체 계약의 6.1%에 해당한다. 전월 해제 건수(47건)와 비교하면 74%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노사가 반도체 성과급 확대와 5억원 규모 주택담보대출 지원 등에 합의한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도 계약을 체결했던 집주인들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동탄시 청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에 16억원에 매도했던 집주인이 매수자에게 받았던 계약금 10%를 반환하고 자기 돈 1억6000만원을 배상한 뒤 3억원을 올려 19억원에 매물을 다시 내놨다”며 “배액배상을 해줘도 1억4000만원은 남다보니 평소보다 계약해제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동탄역 인근 주요 아파트 단지들은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 이후 불과 2주 만에 시세가 평균 3억~4억원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동탄역세권 대표 단지로 꼽히는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이달 4일 22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고, 현재 매도 호가는 24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한 달 전 실거래가가 19억~2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4억~5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계약 해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청계동이었다. 5월 계약된 257건 가운데 28건이 해제돼 해제율이 10.9%를 기록했다. 이는 동탄 평균 해제율(6.1%)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동탄역 롯데캐슬’이 위치한 여울동 역시 5월 계약 159건 중 12건이 해제돼 청계동에 이어 두 번째로 해제 거래가 많았다.

계약 파기가 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는 “중도금이 오가면 계약 해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도금을 선지급하겠다는 매수인과 이를 거절하고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매도자 간 신경전도 대단하다”며 “계약은 유지하는 대신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일정 금액의 위로금을 건네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동탄역세권 신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는 인근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남동탄으로 불리는 호수공원 일대 역시 동탄도시철도(트램) 개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투자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송동 ‘동탄린스트라우스더레이크’ 전용면적 106.94㎡는 이달 7일 1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실거래가보다 1억~1억3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원처럼 실수요자들도 있지만 비규제지역으로 갭투자가 가능하다 보니 전세를 끼고 임대하려는 투자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동탄을 비롯한 수도권 비규제지역 가운데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대상으로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시장 분위기도 엇갈리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규제 시행 이후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을 기대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 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으며, 주말에도 중개업소를 찾는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현지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규제 시점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탄의 한 공인중개사는 “성과급 확대 후 분위기가 심상찮을 때 바로 규제지역으로 묶었어야 했는데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선거 등을 의식하며 지체하는 사이 가격이 전례 없이 많이 올랐다”며 “규제지역과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갭투자 수요는 줄겠지만 반도체 직원들의 고액 성과급 특수가 있어서 가격이 얼마나 내려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급등한 지역일수록 거래량 감소와 가격 조정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향후 규제지역 지정 여부와 금리 흐름, 반도체 업황 변화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단기 상승세만을 보고 판단하기보다 시장 변수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