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냐” 트럼프, 네타냐후에 레바논 휴전 압박

총선개입 시사한 기사 게시
네타냐후 경쟁자 거론하기도
네타냐후, 전쟁 멈추면 부패 혐의 재판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마라라고 클럽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네타냐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미래가 자기 손에 달렸다는 내용의 기사를 소셜미디어에 직접 공유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전후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긴장감이 높아지자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자제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네타냐후의 흔들리는 재선 기회, 트럼프가 카드를 쥐고 있다’라는 제목의 미국 온라인 매체 ‘저스트 더 뉴스’의 기사를 공유했다.

이 기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선거에 누가 출마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나는 비비(네타냐후의 애칭)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는 더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하면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경쟁자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을 언급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기사를 공유한 것은 그가 최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겨냥해 쏟아낸 공개적 비판의 연장선에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을 폭격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섞어가며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 “미쳤다”, “감사할 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아니었으면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는 부패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를 위해 자신이 정치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에 서명한 이후에도 레바논 무력 공습을 계속했다. 급기야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이유로 20일 종전 MOU의 핵심 조항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격 취소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외교적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양국 정상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당장 10월 예정된 총선에서 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부패 혐의로 이미 3건의 형사 재판에 기소된 상태다. 전시 체제를 이유로 일시 중단됐던 재판도 지난 4월 재개된 바 있다.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부정부패 재판 때문에 전쟁을 계속 고집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위기를 이유로 부패 재판을 미루는 등 사법 리스크를 억제할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가 헤즈볼라를 겨냥한 전쟁을 멈추면 자신을 총리로 내세운 연립정권이 무너지면서 실권과 함께 사법처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합의 후속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 변수를 통제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