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4만명 줄었는데 실업급여도 감소…구직 포기 늘었나

비경제활동인구 26만명 증가
임시직 감소·고용보험 사각지대 영향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관련 게시판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취업자 수가 1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실업급여 지급액과 신규 신청자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용시장이 악화되면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실업 상태로 남기보다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늘면서 기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취약 일자리가 먼저 줄어든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21일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만명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는 지난해 12월(-5만2000명) 이후 처음이다. 청년층 취업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고용시장 전반에 냉기가 돌고 있다.

반면 실업급여 지표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328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80억원(7.0%) 감소했다. 신규 신청자 수도 7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6000명(7.2%) 줄었다. 지급액은 두 달 연속, 신규 신청자는 넉 달 연속 감소세다.

취업자가 줄면 실업급여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취업자 감소와 실업급여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례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자 감소보다 더 늘어난 ‘구직 포기’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채용 관련 게시판 [연합]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를 꼽는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598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6만4000명 늘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취업 의사가 없거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실업급여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전제로 지급된다. 따라서 취업자가 감소하더라도 실업 상태로 남아 구직활동을 하는 대신 노동시장 자체를 떠나면 실업급여 수급자는 늘지 않는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쉬었음’ 인구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경기 둔화와 취업난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뒤 재취업을 준비하기보다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5월 청년 취업자는 25만5000명 감소했고 청년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청년 실업률은 7.2%로 상승했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폭이 더 컸다.

고용보험 밖 취약일자리 먼저 사라졌다


감소한 일자리의 성격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임시근로자는 483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만1000명 감소했다. 상용근로자가 7000명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압도적으로 크다.

문제는 임시·한시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94.4%였지만 한시적 근로자는 47.6%에 그쳤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취업자 감소 상당 부분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 일자리에서 발생하면서 실업급여 통계에는 즉각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업급여가 고용시장의 후행지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실업급여는 실직 직후 자동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상실신고와 수급자격 인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직 후 12개월 이내 신청이 가능해 실제 고용 충격과 통계 반영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실직했다고 해서 모두 곧바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용동향과 실업급여 통계 간에는 일정한 시차가 있을 수 있어 세부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실업급여 감소를 고용시장 개선 신호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취업자 감소가 실업급여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노동시장 활력 저하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 한파가 장기화할 경우 억눌렸던 실업급여 신청이 뒤늦게 늘어나면서 고용보험기금 부담도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