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다시 열렸지만…이란 “60일 뒤 통항 수수료 검토”

보험증권 의무화 추진…해운업계 “사실상 통행료 우려”

전쟁보험료 평시의 27배…선박 통행량은 정상의 20% 수준

“안전 서비스 비용 부과 가능”…유가 불안 재점화 변수

미국과 종전 합의를 체결한 이란이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이 끝나면 호르무즈 해협에 다시 통행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됐지만 해운업계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란이 60일 유예기간 이후 선박 통항에 각종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통행료 체계가 도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해운업계에 배포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 명의 문건에는 “모든 선박은 PGSA가 승인한 유효한 보험증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PGSA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이란 정부가 설립한 기관이다.

문건에는 해당 보험이 당분간 무료로 제공되지만 향후 보험 수수료를 도입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통항료 부과의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이슬라마바드 MOU에는 이란이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개방하고 별도 이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유예기간 종료 이후에는 새로운 관리 체계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이란 당국자는 FT에 “60일 동안은 어떠한 요금도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후에는 이란과 오만, 역내 국가들이 협의해 새로운 통항 체계를 마련할 것이며 안전 통항과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만 역시 환경 보호와 항행 안전 관리, 도선 서비스 등을 명목으로 별도 비용 부과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전쟁이 끝났음에도 실제 통항 상황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 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26척으로 평시 평균의 43% 수준에 머물렀다. 한때 기준으로는 하루 10척까지 감소하며 정상 물동량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물동량도 평시의 18~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쟁 위험을 반영한 보험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재 전쟁보험료율은 4%로 전쟁 이전 평균인 0.15%의 약 27배에 달한다.

이란의 군사적 통제 역시 계속되고 있다.

PGSA는 선박들에게 최소 48시간 전에 통항 신청을 제출하도록 했으며 지정 항로와 통과 시각을 사전에 승인받도록 요구하고 있다. 선박들은 기뢰 위험 지역을 피하기 위해 이란 측 지침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

일부 선박에는 경고 방송도 송출됐다.

FT에 따르면 이란은 19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들을 향해 경고 사격을 실시했으며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와 미국 해상봉쇄 완전 해제가 이행될 때까지 해협은 여전히 폐쇄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전쟁 기간 중 선박당 200만달러의 암호화폐 통행료 부과 방안까지 검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