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美 무리한 요구 안 받는다”…60일 핵협상 험로 예고

MOU 조건부 승인…“대면 협상이 美 의견 수용 의미 아냐”
“저항전선 권리 지켜야” 강경 메시지…트럼프 구상 첫 견제
비핵화·우라늄·제재해제 놓고 양측 힘겨루기 본격화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시민들이 이란 국기와 이란의 신임 및 전임 지도자들의 사진을 들고 이란 최고 지도자 무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한 지지와 충성을 표명하며 모여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된 직후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며 향후 60일간의 후속 핵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1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매체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대국민 서면 메시지를 통해 미국과 체결한 종전 MOU를 조건부로 승인했다면서도 “향후 진행될 대면 협상이 적(미국)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원칙적으로는 이번 합의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며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인 대통령이 이란 국민과 저항 전선의 권리를 지켜내겠다고 약속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메네이는 미국의 협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절박함에 쫓겨 여러 압박 수단을 동원했다”며 “미국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경우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전날 종전 MOU에 공식 서명한 직후 나온 것이다.

양국은 앞으로 60일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등을 놓고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 대부분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미국은 이란의 60% 고농축 우라늄 재고 폐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검증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제재 해제와 동결자산 반환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이번 메시지는 이란 내부 강경파를 의식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저항 전선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헤즈볼라와 친이란 세력에 대한 지원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측도 협상 난항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라늄 처리 방식과 농축 권한, 제재 해제 시점, 국제 사찰 수용 여부 등이 최종 합의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JCPOA)가 최종 타결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60일이라는 시한은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MOU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유가 안정, 전쟁 종식이라는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최고지도자가 협상 시작 단계부터 강경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핵협상은 치열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