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훨씬 매파적”…‘무거운 입·매서운 눈’ 워시

첫 FOMC서 연준 대수술 선언
132단어 대폭 줄인 성명·선제안내 폐지
개혁 TF 5개 출범·점도표 제출도 거부
물가안정 12회 언급…금리인상 급선회
전문가 “연준 새로운 시대 시작” 평가
페드워치 10월 금리인상 가능성 60.7%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준비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5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폐지하는 등 연준의 소통 방식에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로이터]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자신이 처음으로 주재한 연방공개준비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의 소통방식에 대한 대수술을 선언했다. 연준 정책을 재검토할 5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연준 통화정책 방향의 길잡이 역할을 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를 폐지하는 등 연준의 소통 방식에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이는 연준 운용을 제한하는 시장과의 소통을 줄이고 물가 안정에 더욱 집중하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워시 의장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 CNBC 방송은 연준이 과거처럼 구체적인 정책 경로를 제시하기보다는 경제 지표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이날 연준 정책을 재검토할 5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약 43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태스크포스’라는 단어를 수십 차례 반복하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통화 정책 수행과 관련해 ▷연준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기존 데이터 출처 활용 및 의존 ▷전환기 시대 생산성과 일자리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등 5개 핵심 영역을 검토하는 별도의 TF를 구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TF에는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며 연말까지 결론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정책 신호)는 과감히 폐지했다. 워시 의장은 “오늘 정책 성명서에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며 “다소 간결하고 단순해졌으며, 일부 오래된 표현은 생략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명은 우리가 파악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재의 정책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소위 선제안내 역시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 안내에 대한 연준의 변화는 간소화된 정책결정문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준은 이번 정책결정문을 총 132단어로 작성해 지난 4월 결정문(345단어) 분량의 절반 이상 줄였다.

과거 연준 의장들은 여러 개의 정책 성명 초안을 준비해 위원들과 논의한 것과 달리, 워시 의장은 단일안만 제시했다. 그는 “회의 테이블 위에는 하나의 안건만 있었고, 위원들은 이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이날 물가안정이라는 표현을 약 12차례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워시 의장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훨씬 매파적이라는 평가다. 연준 위원들의 예상치인 점도표 상에서도 기존 연내 1회 금리인하는 사라지고 1회 금리인상이 나타났다. 올해말 기준금리 예측치 중간값은 3.8%로, 지난 3월 직전 점도표의 3.4%에서 상향됐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밥 미셸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글로벌 채권 부문 수장은 17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위원 절반이 연내 금리 인상을 내다보고 있다.이는 시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라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CME 그룹의 페드워치 툴에서 오는 10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60.7%로 상승했다. 그간 시장은 금리 인상 시점을 12월로 봤었다.

월가에서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을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많은 이들이 워시 의장에게 기대했던 ‘완화적 통화정책’(easy money policy)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해 들어가던 이른바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는 통째로 빠졌다. 연준이 말이 많아서는 안되고 선제 안내도 불필요하다는 워시 의장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결정문의 구성 방식도 바뀌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존 정책결정문에는 경제 상황 평가가 먼저 제시되고 정책 결정 내용이 뒤따랐지만, 이번에는 금리 결정 내용을 성명 맨 앞에 배치한 뒤 경제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순서를 바꿨다”면서 “또한 어떤 위원이 찬성 또는 반대 표결을 했는지, 반대 이유는 무엇인지를 설명하던 내용도 전면 삭제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장 참가자들은 정책결정문에 포함된 미세한 문구 변화까지 분석하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추정해 왔다. 그러나 결정문의 내용이 간소화되면서 이 같은 해석의 여지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연준의 점도표 역시 위원들 절반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이전보다 매파적 전망을 내놓았다는 점보다 워시 의장이 유일하게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워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준 위원들이 제출하는 금리 전망을 “지우개 달린 연필”에 비유하며, 전망치는 강한 확신에 기반한 게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 중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경로를 선택한 것에 가깝다고 했다. 이는 연준 의장이 자신의 금리 전망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다른 위원들의 전망도 상대적으로 의미가 약해지는 효과를 낳는다고 CNBC는 분석했다.

이외에도 워시 의장은 올 연말에 점도표를 포함한 FOMC 이후 기자회견과 연준 의사록 등 정책 소통 전반에 대한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조시 재머 선임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태스크포스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며 “연준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