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아시아…한국 대형산불·역대 폭염은 ‘예고된 재난’ [세상&]

WMO “아시아 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 상회”
지난해 해수면·해양열용량도 최고 기록 경신


서울 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더위가 나타난 지난 16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한 시민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아시아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 중국이 나란히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한 가운데 아시아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2025년 아시아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평균기온은 평년(1991~2020년)보다 0.96도 높았다. 국제 데이터세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역대 2~4위 수준의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의 온난화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고 분석했다. 1991~2025년 아시아의 기온 상승 추세는 1961~1990년보다 약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육지의 기온이 해양보다 더 빠르게 상승한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결과와도 유사하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극한 폭염이 발생했다. 일본과 중국, 한국은 모두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다.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아라비아반도에서는 장기간 폭염이 이어졌고 카자흐스탄은 일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최대 14도 높게 나타났다. 바레인에서는 10일 연속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해 고온·건조·강풍이 겹치면서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2024년(14.5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최근 3년(2023~2025년)이 모두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해 1~3위를 차지했다.

강수 양상도 지역별 편차가 뚜렷했다. 남아시아 대부분 지역은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린 반면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는 강수량이 적어 건조한 상태가 지속됐다. 지난해 4월 중순에는 서아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먼지폭풍이 발생해 교통과 보건, 경제활동 등에 영향을 미쳤다.

9개 국제 데이터세트로부터의 아시아 연평균기온 편차(1991~2020년 평균 대비) [기상청 제공]


빙하 감소·해양 변화…재해 위험성 증가


빙하 감소도 계속됐다. 티베트고원 인근 아시아 고산지대는 극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빙하 면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측된 아시아 고산지대의 빙하 23개 모두 질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톈산산맥과 파미르산맥의 빙하는 겨울철 적설량 부족과 여름철 고온의 영향으로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해양 변화도 뚜렷했다. 아시아 해역의 해양 열용량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196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거의 전역에서 강한 해양열파가 발생했다. 특히 7~9월에는 1000만㎢가 넘는 해역이 해양열파 영향을 받았다. 이는 1993년 이후 가장 넓은 규모다.

해수면 상승도 가속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2025년 아시아 해수면 높이가 1999년 위성 관측 시작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1999~2025년 해수면 상승률은 인도양 연안에서 연평균 약 4.9㎜, 쿠로시오 해류 지역에서는 연평균 6㎜ 이상으로 전 지구 평균 상승률인 약 3.6㎜를 웃돌았다.

해양 산성화 역시 지속됐다. 아시아 표층 해양의 pH는 1985~2025년 동안 10년당 평균 0.017씩 감소했으며, 아라비아해와 벵골만, 열대 인도양 일부 지역에서는 역대 최저 수준의 pH가 관측됐다.

WMO는 이 같은 기후 변화가 폭염과 홍수, 가뭄, 먼지폭풍, 빙하호 범람 홍수 등 다양한 재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집중호우와 홍수, 가뭄은 막대한 인명·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고 있으며 극한 폭염과 먼지폭풍, 빙하호 범람 홍수도 주요 재해로 떠오르고 있다”며 “변화하는 기후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관측망과 조기경보시스템, 영향 기반 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