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춰야 산다” 전기차 대격돌

가격 인하 효과 ‘모델 Y’ 5월 판매 1위
아이오닉5 160만원 인하, 폴스타4 동참
볼보 ‘ES90’ 유럽 1억·韓 7000만원대
중국산 저가 공세에 선제적 대응 효과
물류비·환율 부담 커져 ‘수익성’ 우려


연식을 변경하며 판매가를 최대 160만원 인하한 2027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테슬라의 모델 Y가 가격 인하 후 지난달 월 판매 1위에 이름을 올리며 ‘가성비’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국내외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앞다퉈 몸값 낮추기 경쟁에 돌입하면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안방 사수를 위해 할인 공세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부담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브랜드들은 최근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 가격을 내렸다. 먼저 현대차는 2027년형 ‘아이오닉 5’의 트림을 재편하며 최대 160만원 판매가를 인하했다. 기존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일부 사양을 최적화한 모던 트림은 160만원, 기존 프레스티지 트림의 사양을 최적화한 프리미엄 트림은 90만원 가격이 낮아졌다.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차값에 옵션 가격까지 낮췄다. 2027년형 ‘폴스타 4 쿠페’는 리어 모터 트림의 가격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고, 듀얼 모터 트림을 기존 대비 200만원 낮춘 6990만원으로 책정했다. 아울러 나파 업그레이드, 일렉트로크로믹 글래스 루프 등의 옵션 선택 비용을 각각 50만원씩 인하했다.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차 ‘ES90’. [볼보 제공]


아울러 볼보는 이달 차세대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의 국내 판매가를 7000만원대로 확정했다.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는 7000만원 초중반, 트윈 모터는 7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유럽 판매가격이 7만유로(약 1억2000만원)임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 여파로 전기차 생산 비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주요 브랜드가 앞다퉈 차값을 낮추는 데는 최근 ‘몸값 낮추기’ 전략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파른 판매량 상승세를 보이는 테슬라의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해 말 ‘모델 Y 프리미엄 RWD’ 판매가를 4999만원으로 기존 대비 300만원 낮추면서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모델 Y의 신규등록은 지난달 87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했다. 이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포함해 가장 높은 수치로, 전기차와 수입차가 월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볼보의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X30’ 역시 지난달 신규 등록된 차량은 3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2.75% 늘었다. 볼보는 지난 3월 ‘EX30 코어’ 가격을 3991만원으로 761만원 인하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EX30은 가격 인하 후 2주 만에 신규 계약이 2000대를 넘겼다.

업계에서는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산 차량이 전기차 가격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전기차는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테슬라, BYD 등이 가격을 낮춘 중국산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전기차는 개발비, 마케팅비가 높아 높은 수익성을 올리기 어렵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당장의 수익성 대신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 가치 하락과 원자재 가격 인상이 더해지며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 여파로 차량을 한국 시장으로 운송하는 물류비와 생산비용이 지속 상승하는 반면, 가격 할인에 원화 가치 하락까지 더해지며 본사에서 체감하는 한국 시장 매출과 이익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과 수익성을 두고 본사와 치열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장 환율이 20% 오르면 가만히 있어도 수익성이 그만큼 하락하는데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권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