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데서 돈 빌리지마” 퇴사 직원에 1000만원 송금한 대표

경기도 판교 일대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문제로 목돈이 필요해 퇴사를 결심한 직원에게 스타트업 대표가 선뜻 1000만원을 빌려준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에는 ‘퇴사한다니까 1000만원 입금하신 대표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감당하기 힘든 불행이 연달아 찾아왔다”며 “부모님께 갑작스러운 큰 문제가 생겨 당장 수천만원의 목돈이 필요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던 A씨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새벽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그는 “수개월 안에 큰돈을 마련해야 했지만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대표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퇴사를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A씨는 프리랜서로 일할 경우 더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있어 이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정을 들은 대표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대표는 “회사나 일이 싫어서 나가는 게 아니라면 일이 해결된 후에 다시 돌아와 줄 수 있겠냐”며 퇴사 대신 휴직을 제안했다. A씨는 “저 역시 회사와 동료들을 좋아했기에 좋다고 말씀드렸다”며 휴직계를 제출한 뒤 프리랜서 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며칠 뒤, A씨는 휴대전화 입금 알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표 이름으로 1000만원이 입금됐기 때문이다.

A씨가 곧바로 전화를 걸자 대표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것 같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보냈다”며 “괜히 다급한 마음에 이상한 데서 돈 빌리지 말고 부모님 일부터 해결하라. 천천히 갚아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표님에게) ‘이렇게 저 족쇄 채워서 평생 옭아매시려는 거냐’고 농담을 던졌지만 눈물 나게 감사했다”며 “몇 달을 미친 듯이 프리랜서 일을 몰아쳐서 빌려주신 돈을 포함해 부모님 일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약속대로 회사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고마움을 갚기 위해 내 회사처럼 일했고, 약 5년 뒤 퇴사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른 뒤 A씨가 “무엇을 믿고 1000만원이나 빌려줬냐”고 묻자 대표는 “요즘 세상에 회사 규모나 연봉을 떠나 일이 순수하게 재밌어서 몰입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며 “네가 그런 사람이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A씨는 “그때는 세상이 나를 등지는 기분이었는데 대표님이 내밀어준 손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직장이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건 사람이니 덕분에 살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표님이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셨다. 약속대로 복귀해서 5년이나 내 회사처럼 일해주셨으니 대표님 입장에서도 인생 최고의 투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상한 데서 돈 빌리지 마라는 게 감동. 대표님이 진짜 어른이시다”, “성인 동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