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나라’ 대한민국이 어쩌다…강원 영서만 남고 전국이 아열대 전망 나왔다 [세상&]

최근 10년 아열대 기후 조건 만족 지점 증가 추세
3월·11월 평균기온 상승…아열대 기후 조건 만족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며 자외선 지수도 높게 치솟은 지난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양산을 쓴 시민들이 물안개를 분사하는 쿨링포그 기기를 지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강원 영서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21세기 후반 아열대 기후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기온 상승으로 남해안에 국한됐던 아열대 기후 특성이 전남 내륙과 동해안을 거쳐 중부 내륙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다, 늦가을뿐 아니라 이른 봄 기온까지 빠르게 오르면서 기후 체계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16일 전국 66개 지점의 1981∼2025년 기온·강수량 관측 자료와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분석한 ‘우리나라 아열대 기후 특성 현황 및 전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지난 53년(1973∼2025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30도씩 상승했다. 특히 최근 3년(2023∼2025년)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은 13.7도로 2024년(14.5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기상청은 이러한 기온 상승이 우리나라 기후 특성을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꾸는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월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 기후로 분류하는 ‘트레와다(Trewartha) 기준’을 적용해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은 월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4~10월, 7개월 수준으로 온대 기후에 해당한다.

그러나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는 이미 아열대 기후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1981∼2010년 30년 평균 기준으로 제주 4개 지점을 포함해 부산·여수·목포·통영 등 남해안 지역 13개 지점이 아열대 기후 조건을 충족했다. 이후 울산이 추가됐고, 최근 10년(2016∼2025년) 기준으로는 광주와 울진, 강릉까지 포함돼 모두 17개 지점에서 아열대 기후 조건이 확인됐다.

21세기 후반 전국 대부분 지역 아열대 기후

 

3월과 11월 평균기온 변화 추세(1973∼2025년) 분포도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아열대 기후 특성 확대의 배경으로 11월과 3월 기온 상승을 꼽았다. 그동안은 늦가을 기온 상승이 아열대화의 주요 원인이었다. 실제 울산의 11월 평균기온은 1981∼2010년 9.9도에서 1991∼2020년 10.4도로 상승하며 아열대 기후 조건을 새롭게 충족했다.

최근에는 이른 봄 기온 상승도 뚜렷해지고 있다. 기상청 분석 결과 2∼3월, 9월, 11월의 기온 상승 폭이 다른 달보다 크게 나타났다. 특히 3월과 11월 기온 변화가 아열대 기후 조건 충족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춘천·원주·충주·청주·대전·구미·밀양 등 내륙 지역에서는 과거보다 3월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11월 평균기온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남해안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11월까지 따뜻한 형태의 아열대 특성이 나타났다면 앞으로는 중부 내륙에서도 3월부터 일찍 따뜻해지는 형태의 아열대 특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연도별(1973~2025년) 전국 연평균기온 및 편차 [기상청 제공]

최근 기온 상승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은 1973∼2025년 기준 10년당 0.30도였지만 최근 10년만 놓고 보면 10년당 1.10도로 높아졌다. 기상청은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2021∼2040년에는 전남·경남 해안과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2081∼2100년에는 시나리오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는 아열대 기후가 일부 내륙 지역으로 확대되는 수준에 그쳤지만 고탄소 시나리오(SSP3-7.0·SSP5-8.5)에서는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다만 이번 분석은 기온과 강수량을 활용한 기후학적 분류 결과라며 실제로 해당 지역이 아열대 생태계로 전환됐는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후 특성 변화는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기상뿐 아니라 작물 재배지, 동식물 서식지, 수산자원 등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 상승을 넘어 기후시스템을 변화시켜 국민 생활과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준다”며 “기후변화 현황과 특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미래 전망을 예측해 기후 위기에 대한 사전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