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이르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국내의 비판에 직면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종전에 합의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이스라엘 국민에게 장담했던 ‘완전한 승리’를 가져오지 못해 국내 여론 악화한 데다, 부패 혐의 재판도 피할 명분이 없어졌다. 휴전에 대해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연정도 불안해지고 정치적 기반이 흔들려, 재선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일한 승자’로 꼽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전 직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삼으면서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예상보다 심해지자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트럼프의 골수 지지 세력이었던 마가(MAGA·미국 우선주의)에서 조차 전쟁에 대한 지지가 낮았고, 인플레이션이 가중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종전이 시급한 과제가 될 정도였다.
이란도 대외적으로는 장기전을 불사한다고 했지만, 공습으로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지도부를 대거 잃고, 군사시설과 핵 시설이 초토화되는 등 타격이 막심했다. 여기에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경제 제재 추가 등으로 더욱 고전했다. 중동 국가들도 이란의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가의 중요한 경제 근간인 에너지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큰 피해를 봤다.
반면 이스라엘은 별렀던 이란과 그 대리 세력(헤즈볼라 등)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민족의 숙원을 성취한다는 명분을 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덕분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위험을 피했다. 당시 법정 시한인 3월 30일까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진행해야 했다. 조기 총선에서는 네타냐후의 집권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정부의 발목을 잡지 말자는 여론이 일면서 시한 마지막 날인 3월 30일에 가까스로 예산안이 가결됐고, 정권을 오는 10월까지로 연장할 수 있었다. 네타냐후는 전쟁 국면에서 이란의 공작에 의한 암살 위협이 있어 재판에 나갈 수 없다는 핑계로 자신에 대한 부패 혐의 재판도 미뤄왔다.
![]() |
| 지난해 4월 백악관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전쟁 막판까지 레바논 헤즈볼라 공습을 지속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분개하기도 했다. [게티이미지] |
지난 4월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고,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도 휴전에 합의하면서부터 네타냐후의 위기가 시작됐다.
우선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국내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능력을 전면 무력화시키고, 친(親)이란 세력인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중재에 못 이겨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하자, 여론은 재빠르게 네타냐후로부터 등을 돌렸다. 당시 히브리대학교 아감랩이 국민 1300명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전쟁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70%는 휴전 협정 체결에 대해 이스라엘이 미국에 양보한 것이라 답변했다. 4월 휴전 직후 네타냐후에 대한 지지율은 34%로, 전쟁 직후 40%였던 것에서 일부 하락했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을 ‘완전한 승리’가 아닌 ‘완전한 패배’로 받아들이면서 네타냐후의 정치생명은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은 줄곧 연정으로 정권을 이어왔는데, 종전 협상에 대한 연정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재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안이 활발하게 오가는 동안 이스라엘은 ‘패싱’되다시피 했다는 내막이 전해지면서 외교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며 ‘네타냐후 책임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웠는데, 합의 타결 직전까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공습을 지속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가 틀어지기도 했다. 이는 외교·정치 역량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위기 요인이 된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가 오는 10월 총선에 네타냐후 총리가 출마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종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6년을 끌어온 부패 혐의 재판도 더 이상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사면 요청을 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네타냐후와 검찰 간 플리바게닝(형량 협상)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스라엘 법무부는 네타냐후 총리가 유죄를 인정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시켜야 플리바게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경찰과 검찰이 주도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플리바게닝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