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베이루트 공습에 이란 격분…“휴전 위반, 자위권 행사할 것”

이란 “미국에도 직접 책임”…이스라엘·미국 동시 압박
베이루트 공습에 레바논 민간인 사상 주장
트럼프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 이례적 비판
휴전 유지 속 이스라엘-이란 긴장 재고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아파트 [123RF]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을 미국·이란 휴전 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하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공습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다히예 지역 주거지를 겨냥해 자행한 군사적 침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공격은 레바논의 주권과 영토를 노골적으로 침해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번 테러 범죄는 지난 4월 8일 이란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휴전 협정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다수의 레바논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특히 미국에도 책임을 돌렸다. 외무부는 “이스라엘 정권이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범죄와 레바논·이란을 겨냥한 휴전 위반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에도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이란은 합법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스라엘의 무모한 도발이 역내 평화와 안보에 초래할 위험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날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의 건물을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운용하는 무인기 3대가 자국 영공으로 침투했다며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헤즈볼라 지휘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다히예는 헤즈볼라의 정치·군사 거점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이란 군부도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본부의 모하마드 자파르 아사디 부사령관은 “이스라엘의 범죄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과 이란이 휴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양측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핵협상 재개, 동결자산 해제 등을 포함한 종전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이르면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해 공개 비판을 자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란 협상이 막판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이 확대될 경우 종전 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란이 이번 공격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자위권 행사를 공식 언급하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