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한 숙박료에 해외 아미들 한숨
공연 끝나자 너도나도 서울행
24시간 카페, 찜질방, 노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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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의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에서 아미(BTS 팬덤)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호켈 투숙비가 너무 올라 도무지 부산에서 묵을 수가 없더라고요. 좀 피곤하지만, 부산은 당일치기로 올 수밖에 없었어요.”
방탄소년단의 ‘홈커밍 데이’의 대미를 장식한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이 마친 지난 13일 밤, 아미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회당 5만 5000명의 인파가 몰릴 데다,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아미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까지 주경기장 앞을 가득 메웠지만 부산을 떠나야 하는 아미들의 마음은 급하고 몸은 분주했다.
이날 수서행 SRT 안에서 만난 미국에서 온 브리아나(27) 씨는 “한국에 몇 번 와봤는데 부산의 숙박료가 너무 올라 다시 서울로 오는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완전체로 돌아온 방탄소년단의 13번째 생일파티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관광도시 부산은 또 한 번 숙제를 남겼다. 4년 전이었던 2022년에도 불거졌던 폭등한 숙박 요금, 일방적 예약 취소가 되풀이됐다.
‘관광 민원 절반이 부산에 집중’…통계가 증명한 약탈적 상술
공연을 앞두고 아미들 사이에서 각양각색 민원이 쏟아졌다. 가장 심각하게 불거진 것은 숙박업계의 폭리 행태였다. 바가지 요금은 기본, 심지어 예약 취소 논란이 들끓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이 집계한 동향에 따르면, 공연을 한 달 앞둔 지난 5월 전국에서 접수된 관광불편신고 368건 중 무려 50.3%인 185건이 부산 한 곳에 집중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부산 지역 전체 신고 건수의 77.4%에 육박하는 수치다.
신고 유형의 절대다수는 ‘숙박’ 부문이었다. 일반숙소 관련 민원이 133건, 호텔이 21건으로 뒤를 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의 합동 실태조사 결과, 공연장 반경 5km 이내 숙박업소의 주말 객실 가격은 평소 대비 평균 2.4배, 최고 7.5배까지 폭등했다. 평소 10만 원 안팎이던 모텔과 비즈니스호텔 객실이 70만 원에서 최고 1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일부 고급 호텔은 1박에 300~900만 원을 호가하는 등 무법지대가 연출됐다. 현행법상 숙박 요금은 자율 책정이 원칙이라는 허점을 악용한 폭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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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의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이 열리는 12일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인근 사직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굿즈 샵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미(BTS 팬덤)들이 길게 줄을 선 가운데 일부 팬들은 그늘에서 쉬고 있다. |
더 큰 문제는 가격 폭등을 넘어, 기존 예약까지 강제로 취소됐다는 점이다.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한국의 예약 시스템이나 언어에 미숙한 외국인 관광객이다. 불편신고를 접수한 주체의 83% 가량이 외국인이었으며, 지난달 말 기준 311건에 달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숙박업소는 BTS 공연 기간 2박을 예약한 소비자에게 “시중 가격보다 낮게 예약됐다”는 이유로 입실 전 50만원의 추가 결제를 요구했다. 또 다른 숙박업소는 2개월 전 확정된 소비자의 예약 계약을 임의로 취소한 뒤 객실을 재판매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만난 아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의 숙박업소를 예약했다. 부산에서 만난 한 일본인 아미는 “4년 전에도 부산에 오고, 한국은 가까워 자주 여행을 오는데 이렇게 비싼 가격은 처음”이라며 “50만원대에 호텔이 아닌 곳으로 숙박을 예약했는데 가격 대비 객실이 좋지 않아 좀 속상하다”고 했다.
숙박료 폭등에 상당수 아미들은 부산에서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숙박을 하거나 찜질방, 광안리 해변 노숙 등을 계획하기도 했다. 실제로 부산을 찾은 팬들 사이에선 찜질방 정보와 24시간 카페 리스트가 공유됐다.
대만에서 온 지닌 씨는 “‘BTS 페스타’ 기간에 맞춰 여행 삼아 서울에 있다 부산으로 넘어왔는데 호텔 예약은 하지 못했다”며 “찜질방에서 묵거나 택시를 예약해 다시 서울로 오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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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 마련된 ‘BTS THE CITY 아리랑 부산 웰컴센터’ [연합] |
방탄소년단 공연을 전후해 불거진 논란은 잔혹한 ‘악몽의 데자뷔’다. 지난 2022년 10월 개최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당시에도 숙박업계의 약탈적 가격 폭등과 강제 예약 취소 사태는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무려 3년 8개월이라는 고찰의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동일한 메가 이벤트에서 동일한 악습을 방치하며 행정의 학습 효과 부재를 스스로 자인했다.
물론 부산시 역시 면피성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종교계와 대학, 공공기관의 유휴 시설을 동원한 ‘공공숙박 프로젝트’를 통해 1771명 규모의 대체 숙박시설을 외국인 팬들에게 개방했고, 91개 업소가 참여하는 ‘공정숙박 챌린지’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수천 건의 예약 취소와 폭리 수레바퀴가 지나간 뒤에 나온 임시방편적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 지자체의 행정지도 조치는 민간의 탐욕을 제어할 법적 강제력이 전무해,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 공유숙박과 변칙 업소들의 폭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숙박 문제로도 골치였는데 아미들은 암표상과의 전쟁도 치렀다. 공연을 앞두고 22만 원 상당의 입장권 팔찌를 외국인에게 68만 원에 불법 전매하던 한국인 일당 등 1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암표 거래 범칙금이 고작 16만 원에 불과해 처벌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 역시 제도적 공백으로 지목된다.
부산에서 만난 중국인 아미 천지아린 씨는 “방탄소년단을 보러오는 것도 좋고,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여행하기엔 불편한 점들이 많았다”며 “비싼 가격을 감수했지만 다시 부산에 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K-팝 업계에도 숙제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대형 아티스트의 공연 유치가 가져오는 ‘낙수효과’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꼬집는다.
가요계 관계자는 “숙박료 폭등이나 암표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K-팝 그룹의 공연과 대형 이벤트에도 반복될 수 있는 문제”라며 “자율요금제의 취지는 존중하나 특정 이벤트나 국제적 규모의 콘서트가 개최되는 기간만이라도 가격 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