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글로벌 빅테크와 이미 소통” 차세대 발전원으로 떠오르는 HD현대 비밀병기

HD하이드로젠 평택 공장
2024년 회사 설립…이르면 내달 연료전지 양산 시작
AI로 전력 수요 증가하자 연료전지 주목
연료전지 납기 빠르고 친환경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 블룸에너지 주도
기술 내재화 통해 입지 확보 계획


HD하이드로젠 연료전지인 HD250. [HD현대 제공]


[헤럴드경제(평택)=한영대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화두는 데이터센터 건설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설루션을 확보하기 위해 일찌감치 HD하이드로젠과 소통하고 있다.”

10일 방문한 1만㎡(약 3000평) 규모의 경기도 HD하이드로젠 평택 공장. 공장 바깥에는 거대한 컨테이너를 연상케 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1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SOFC는 높이 2.7m, 길이 14m를 자랑함에도 작동하는 동안 소음이 크게 들리지 않았다.

SOFC는 수소와 산소 간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 중 하나이다. 다른 연료전지와 차이점이 있다면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하고, 전력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SOFC 전력 효율성은 약 60%이다.

이날 공장에 설치된 SOFC는 249㎾(킬로와트) 모델인 HD250이었다. 4인 가구 기준 500가구가 1달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HD하이드로젠은 HD250 외에도 60㎾ 모델인 HD60을 보유하고 있다.

HD하이드로젠 평택 공장에서 한 직원이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핵심부품인 셀스택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SOFC를 만드는 HD하이드로젠 평택 공장은 지난해 준공됐다. 준공된 지 겨우 1년 밖에 되지 않은 만큼 시설은 깔끔했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띈 건 H자 모양의 얇은 철판으로 이뤄진 연료전지 핵심 부품 셀 스택이었다. HD하이드로젠은 셀 스택을 수입하고 있지만, 사업 환경에 따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근로자들은 품질 검사를 마친 셀 스택 차례로 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열교환기를 비롯한 핵심 모듈 조립, 실제 운전 조건 하에 테스트 작업 등이 차례로 이뤄진다. 연료전지 내 부품을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하루(25시간)이다.

HD하이드로젠은 지난해 국내 일반수소발전 입찰에 참여해 855㎾를 낙찰받았다. 현재는 한국전기안전공사로부터 제품·제조시설 검사 작업을 받고 있다. HD하이드로젠은 검사를 받은 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연료전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평택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50㎿(메가와트)이다.

선박 발전원으로도 연료전지 대두


HD하이드로젠 연료전지 모형 및 셀스택. [HD현대 제공]


HD현대가 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든 건 2018년이다. HD하이드로젠 모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18년 연료전지 연구소를 설립, SOFC 개발을 시작했다. 2024년에는 핀란드 SOFC 시스템 기술 전문 기업인 핀란드 컨비온을 인수하면서 HD하이드로젠을 설립했다.

HD현대가 연료전지 시장에 발을 딛은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건설로 전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송·배전망 인프라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 때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연료전지이다.

분산전원인 연료전지는 도심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할 뿐만 아니라 다른 발전원 대비 빠른 납품이 가능하다. HD하이드로젠에 따르면 최근 연료전지의 타임 투 파워(Time to Power, 발주 후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간)은 약 18개월이다. 가스터빈(60개월)은 물론 가스엔진(36개월)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 짧다. 변준영 HD하이드로젠 책임은 “데이터센터 건설로 수요가 늘어난 가스터빈의 납기가 길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대체 발전원으로 연료전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리서치는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지난해 8조5000억원에서 2030년 3배 이상 성장한 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도 시장 진출을 이끌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3차 회의를 통해 새 온실가스 규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선주사들은 2028년 6월부터 기준치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시 1톤당 최대 탄소세 480달러를 내야한다. 탄소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발전원이 필요하다. 연료전지는 수소, 산소를 바탕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만큼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와 HMM 등은 HD하이드로젠과 지난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책임은 “내연기관에 최적화된 기존 선박 구조에 연료전지를 설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HD현대는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다른 연료전지 회사보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28년부터 美 시장 진출 준비”


HD하이드로젠은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꼽히고 있다. 시장 선두 기업은 미국 블룸에너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산퓨얼셀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기존 인산형연료전지(PAFC) 위주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SOFC 공장을 준공했다. 오승환 HD하이드로젠 상무는 “HD하이드로젠은 2010년대 초반 설립된 컨비온을 인수하면서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HD하이드로젠은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국내 개발 연구진에 자회사인 컨비온의 연구진까지 더한 글로벌 통합 연구개발(R&D) 조직을 구축해 핵심 기술 내재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 HD하이드로젠 SOFC 국산화율은 56%이다.

HD하이드로젠은 기술 경쟁력을 키워 2030년 해외 시장 진출을 이룰 계획이다. 또 AI 성장 흐름에 발맞춰 데이터센터에 설치될 육상발전용 SOFC 공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 상무는 “연료전지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병원, 마트 등의 분산 에너지 발전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수요가 꾸준한 만큼 2028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SOFC-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결합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낮에는 SOEC를 통해 잉여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고, 밤에는 낮에 만든 수소를 토대로 전기를 생산하는 모델이다. 변 책임은 “SOFC와 SOEC는 부품이 80% 동일해 (통합모델 출시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