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반토막인데 교부금 81조’…정부, 54년 만에 교육교부금 개편 시동

학령인구 감소에 교육교부금 방만 운영 지적
예산처, 연동 구조 폐지에 무게 vs 교육부, 연동구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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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올해 반도체 초호황으로 대규모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54년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연동 방식 개편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예산·교육당국간 이견이 크기 때문에 방법론이 도출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재원 배분 개편을 하기 위해 교육교부금법 개정 논의를 하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금액으로, 교육청의 주요 수입원이다. 내국세의 20.79%와 국세 중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한다.

사업에 따라 필요한 예산 규모를 추정해 편성하는 일반적인 예산 편성 방식이 아니라 내국세와 연동되는 구조로 재원을 마련하도록 한 것은 교육교부금이 도입되던 1972년 교육 현장이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4년이 지나면서 환경은 급격히 달라졌다. 초·중·고교에 꾸준히 교부금이 유입되는 반면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꾸준히 감소하면서 초·중·고교에 투입되는 경제적 지원 규모는 국제적 눈높이에서도 결코 열악하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 됐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제외하고 정부, 가계 등 민간이 지출한 모든 교육비)는 2022년 기준 초등교육은 1만9794달러, 중·고교 교육은 2만5267달러로 OECD 평균보다 모두 많았다.

학령인구는 교육교부금이 도입된 1972년 1073만명에서 올해 492만2000명(국가데이터처 중위 인구추계 기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저출산이 가속한 최근 10년 사이 교육교부금은 2016년 43조1615억원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76조4381억원으로 30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교육청들은 현금 살포식 복지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2023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각 당선인은 학생 대중교통비 전액 지원, 교육 기본수당 지급, 학생 문화예술 바우처 지급 등 현금 복지를 다수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교부금이 비효율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데에는 경직적인 쓰임새도 한몫한다. 교육교부금은 초·중·고교 교육에만 쓸 수 있다. 대학 교육이나 영유아 교육에는 활용할 수 없다.

고등교육계의 문제 제기 때문에 교부금 재원 중 교육세 일부를 활용해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고특회계)를 신설해 대학·평생교육에 투자하기로 했다. 3년 한시로 설치하기로 한 고특회계는 지난해 일몰 기한이 2030년 12월 31일까지로 5년 연장됐다.

문제는 올해 반도체 초호황 덕분에 역대급 초과 세수가 예상된다는 데 있다. 4월까지의 국세 수입 세수 진도율 등을 단순 적용하면 올해 교육교부금은 산술적으로 작년 결산(70조2812억원)보다 15.4% 많은 81조1045억원이 된다. 교육세 규모와 세계잉여금 정산 등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올해 추경에서 예상한 교육교부금(76조4381억원)보다 5조원 가까이 많고, 당초 2026년 예산(71조6687억원)보다 10조원가량 늘어난다.

기획처와 교육부는 물밑 논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처는 기본적으로 연동 구조에 손을 대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 8일 개최된 지출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학령인구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초·중·고 교육은 내실화해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면서도 “(교부금의) 연동구조로 인한 경직성이 갖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부는 연동 방식은 물론 현재 내국세 교부율 20.79%를 변동 없이 유지하고 싶어 하는 입장이다. 다만 초·중·고교에만 쓸 수 있도록 한 칸막이를 걷어 교육교부금을 영유아나 대학 교육에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내국세 연동 비율은 유지하되 일정 상한을 두고 초과분을 교육재정안정화기금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과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를 교육교부금 산정에 반영하는 안 등이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산·교육 당국 간 입장차가 커 협의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음 달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까지 협의안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여러 가지 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