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억달러면 얼마야?’ 스페이스X ‘블랙홀’, 이게 전부가 아냐…더 큰 게 온다[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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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역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페이스X가 미국 증시 자금 지형을 바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 이후 FTSE러셀(FTSE Russell),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편입이 예정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 자금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상장 후 약 3주 동안 최대 1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스페이스X로 몰릴 것으로 추산한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기존 미국 메가캡 성장주에는 일부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한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로 확정됐으며 기업가치는 약 1조7500억달러에 달한다. 단일 IPO 기준으로는 사우디 아람코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사상 최대 IPO 종목이 증시에 입성하면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도 ‘기계적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패시브 자금은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ETF와 인덱스펀드 자금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는 지수 구성 종목을 지수 내 비중에 맞춰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스페이스X가 나스닥100에 새롭게 편입되면 해당 ETF들은 스페이스X 주식을 비중에 맞춰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스페이스X는 상장 직후 FTSE러셀, MSCI,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편입이 예정돼 있다. KB증권은 이에 따라 FTSE러셀과 MSCI 관련 패시브 자금만 최대 100억달러가량이 유입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7월 6일 예정된 나스닥100 편입 효과까지 더하면 상장 후 약 3주 동안 총 최대 약 170억달러 규모의 패시브 매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4대 지수를 종합하면, 실제 편입일 전후 기계적으로 리밸런싱이 발생하는 자금 (ETF, 인덱스펀드, 완전 복제 패시브 전략)을 기준으로 FTSE러셀, MSCI 합산 1차 패시브 매수 유입은 약 70~100억 달러, 나스닥100 초기 편입 수요는 약 62~71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수급 이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매수 주체가 계속 추가되는 구조다. 상장 1영업일 뒤인 15일부터는 스페이스X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시작된다. 이후 FTSE 러셀(19일), MSCI(26일), 나스닥100(7월 6일) 순으로 지수 편입이 예정돼 있다.

약 3주 동안 서로 다른 패시브 자금이 단계적으로 유입되는 셈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일정을 미리 반영해 선제적으로 매수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성장주 내부의 자금 재편 가능성도 있다. 패시브 펀드는 신규 종목을 편입할 때 기존 구성 종목 일부를 줄여야 한다. 전체 투자 규모가 정해져 있는 만큼 스페이스X를 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기존 종목 비중을 낮출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스페이스X가 지수에 편입될수록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메타 등 기존 메가캡의 비중은 희석된다.

KB증권은 스페이스X가 나스닥100에 약 0.44% 비중으로 편입될 경우 엔비디아 비중이 기존 9.0%에서 8.96%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른 초기 패시브 매도 수요는 약 5억~6억달러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 메타 역시 비슷한 희석 효과를 겪게 된다.

더 큰 변수는 연말 이후다. 현재 스페이스X의 나스닥100 예상 편입 비중은 0.44~0.50% 수준이지만, IPO 이후 락업 해제와 추가 유통 물량 공급으로 실제 유통 비율이 15~20%까지 확대될 경우 비중은 1.5~2.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나스닥100의 패시브 매수 수요 역시 현재 62억~71억달러 수준에서 최대 247억~282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으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편입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현재 스페이스X는 S&P다우존스가 메가 IPO 조기 편입 규정 완화를 채택하지 않으면서 S&P500 편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SPY·VOO·IVV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패시브 자금은 이번 수급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는다.

향후 흑자 요건과 유통비율 조건을 충족해 S&P500에 편입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KB증권은 조건부 장기 시나리오상 추가 패시브 매수 수요가 650억~10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상장이 ‘1차 블랙홀 이벤트’라면 진짜 대형 수급 이벤트는 2027년 이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2015년 알리바바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사례를 떠올린다. 당시 알리바바 등 중국 미국예탁증서(ADR) 편입으로 MSCI 신흥국지수(EM) 내 중국 비중은 20.5%에서 25.2%로 높아졌고, 한국·대만·브라질 등 기존 주요 신흥국 비중은 낮아졌다. 실제로 당시 신흥국 시장에서는 중국 인터넷 기업으로 자금이 일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다만 이번 스페이스X가 기존 메가캡의 급락을 부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유안 연구원은 “알리바바 편입은 ‘기존 EM 내부 비중 희석’ 효과는 만들었지만, 시장 전체를 붕괴시키는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스페이스X IPO 역시 유사한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번 이벤트는 시장이 우려하는 기존 빅테크 급락보다, 지난 2년간 매그니피센트7(M7) 중심으로 집중됐던 미국 성장주 자금 흐름이 신규 초대형 성장주로 점차 분산되기 시작하는 과정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