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79층 상업·주거 복합단지 건설
호텔 등 독자 브랜드 ‘랜드마크’ 구축
내년 준공 ‘DMC수색’ 개발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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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GL(삼표 글로벌 랜드마크)’ 투시도 [삼표 제공] |
시멘트와 레미콘 회사로 알려진 삼표그룹이 서울 성수동에서 초고층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시도한다. 45년 동안 서울 도심에 레미콘을 공급하던 성수동 공장 터에 최고 79층, 360m 규모의 복합단지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성수 프로젝트의 독자 브랜드 구축에도 착수했다. 건설기초소재 기업이던 삼표가 원자재 공급자를 넘어 공간 기획과 브랜드 제작, 운영까지 하는 개발사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셈이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SGL(삼표 글로벌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골자는 서울숲 인근 부지를 초고층 업무·상업·주거 복합단지로 바꾸는 것이다. SGL은 최고 79층, 높이 360m 규모로 계획돼 있다.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 될 것으로 삼표 측은 보고 있다.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은 1977년 가동을 시작했다. 반세기 가까이 서울 도심 개발에 필요한 레미콘을 공급해온 거점이었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 등 서울의 주요 아파트와 금융·산업 업무시설, 도로와 교량 등 서울을 키우는 데 필요한 기초 소재가 삼표의 성수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 레미콘 공장은 시간이 흘러 공해와 교통, 소음 민원의 대상이 됐고 공장은 지난 2022년 철거됐다. 레미콘을 싣고 나가던 자리에는 이제 서울숲과 맞닿은 초고층 랜드마크 구상이 올라와 있다.
삼표는 SGL을 단순한 빌딩 개발로 보지 않는다. 호텔과 브랜드 레지던스, 프라임 오피스, 상업시설을 아우르는 하나의 복합단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 내 브랜드 조직을 보강하고, 대형 개발 프로젝트 경험을 갖춘 15년 이상 경력의 브랜드 총괄 전문가 영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 내부 조직도 바뀌었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성수프로젝트총괄본부를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해왔다. 개발 부문에는 글로벌 부동산 개발 경험을 가진 로드리고 빌바오 사장이, 건설 부문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 경험을 보유한 석희철 사장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본부에는 사장급을 비롯해 상무와 이사 등 임원진 12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전체 인력은 약 50명 규모로 알려졌다.
상품기획, 설계, 구매, 기술 분야 인력도 보강 중이다. 삼표는 향후 조직 규모를 더 키워 개발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전문 디벨로퍼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삼표가 SGL에서 내세우는 방향은 ‘숲을 품은 미래 도시’다. 서울숲과 한강, 성수동 일대의 도시 흐름을 연결하는 업무·상업·문화 복합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입체 보행데크를 통해 서울숲과 직접 연결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부지 전체를 공원생활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성수동 일대의 변화도 삼표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과거 준공업지역 이미지가 강했던 성수동은 최근 몇 년 사이 패션, 식음료, 스타트업, 팝업스토어가 몰리는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바뀌었다. 서울숲과 한강 접근성까지 갖추면서 업무와 주거, 상업 수요가 동시에 붙는 지역이 됐다. 삼표로서는 오랜 기간 공장을 운영해온 부지가 단순 매각 대상이 아니라 그룹의 다음 사업 방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된 셈이다.
설계에는 미국 건축사사무소 KPF(Kohn Pedersen Fox Associates)가 참여한다. KPF는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잠실 롯데월드타워 설계에 참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표는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DMC 수색 개발 프로젝트’는 삼표가 부동산 개발역량을 먼저 시험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공정률 60%를 넘어섰고, 내년 4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하 5층~지상 36층, 총 3개 동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로 조성된다.
DMC 수색 프로젝트에는 삼표그룹 본사 이전 계획도 담겼다. 오피스동은 준공 이후 삼표그룹의 신사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성수동 SGL이 장기 비전이라면, DMC 수색 프로젝트는 삼표가 실제 디벨로퍼로 시장에 내놓는 첫 성적표인 셈이다.
과제도 적지 않다. 360m 초고층 건축물은 인허가, 교통, 환경, 조망, 지역 수용성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서울숲과 한강변이라는 입지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공공성과 경관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건설 경기 부진과 금리 부담, 오피스 시장 수급 변화도 변수다. 삼표가 제조업에서 쌓은 기술 경쟁력을 실제 개발 사업의 수익성과 운영 역량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 부서에 인력을 충원해 브랜드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수색에서 검증한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고, 앞으로 진행될 SGL 프로젝트에도 그룹 역량을 모아 성수 프로젝트를 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