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테면 쳐봐라” 상처받는 청년 경찰들, 이들 손 잡아줄 사회적 장치 절실하다

처음 경찰 제복을 입던 날, 그들이 품었던 꿈은 거창한 권력의 행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이웃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어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이었을 터다. 그러나 오늘날 치안의 최전선인 지구대에서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야속하리만큼 차갑기만 하다.

지구대에 연행된 아이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칠 수 있으면 쳐보라”고 장난치듯 도발하고 욕설을 내뱉는 풍경의 언론보도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골목길 비행 청소년을 마주해도 미안함 대신 조소를 마주해야 하는 현장 경찰관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을 바른길로 인도하고자 따끔하게 훈계하고 싶어도 “아이가 상처받았다”는 일부 부모의 악성 민원과 이로 인한 행정적 책임 추궁이 두려워 스스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이다. 이웃을 향한 ‘따뜻한 헌신’을 꿈꾸던 청년 경찰들이 민원이라는 파도 앞에 무력감을 먼저 배우고 있다는 고백은 우리 사회 전체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아픈 자화상이다.

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경사 양세리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아이들을 무조건 전과자로 만드는 무거운 처벌이 결코 아니다.자신의 행동에는 반드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이 따른다는 ‘사회적 약속’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일깨워줄 실효성 있는 교육적 장치다. 현행법상 제재들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현장에서 즉각적인 지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일선 현장의 경찰관들이 제안하는 ‘부모의 복잡한 동의 없이도 현장에서 즉시 내릴 수 있는 3시간 정도의 가벼운 사회봉사 명령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공동체의 질서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당한 법 집행과 교육적 훈계가 악성 민원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현장 경찰관들에게 든든한 제도적 보호막을 넓혀주어야 한다. 경찰이 당당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시민과 아이들의 안전도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아이들이 경찰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따뜻하다.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처음의 다짐을 잃지 않으려는 일선의 제복 공무원들에게 이제는 우리 사회와 정책 입안자들이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고 힘을 보태주어야 할 때다.

글=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경사 양세리

정리=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