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신복위원장 “취약계층 추가대출보다 빚 갚는 게 더 급해”

금융기본권 연구단 공식 출범
상담·보험·대출·저축 등 ‘4대 기초금융’ 제시
“국민기초금융보장법으로 금융기본권 보장”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 및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신용회복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금융기본권’ 담론을 이끌 연구단이 공식 출범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제2차 국민의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 및 금융기본권 연구단 출범식’을 개최했다.

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금융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이 이제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을 넘어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로 인식돼야 한다”면서 “금융이 일상의 필수재가 된 현대 사회에서 금융으로부터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위협받는 일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이용자와 미이용자(대조군)를 대상으로 진행한 경제적 부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취약차주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서민금융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이용자들은 ‘월 지출의 60%를 대출 상환에 쓴다’고 답해 대조군(15.03%)보다 상환 부담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1년간 연체를 경험한 비중 역시 이용자 군은 79.7%에 달해 대조군(17%)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은 ‘추가적인 대출 확대’보다 ‘채무정리’를 더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이용자의 채무조정 이용 의향은 5점 만점에 3.88점으로, 8개 지원 서비스 중 가장 점수가 높았다. 김 위원장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입법안에 ‘선(先) 채무조정 후(後) 대출’ 원칙을 명문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구단은 금융기본권을 ‘모든 국민이 현대사회의 필수 인프라인 금융서비스에 차별 없이 접근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공정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했다.

김 위원장은 “현행 서민금융법이나 개인채무자보호법 역시 시혜적 지원 개념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므로 헌법에 내재된 추상적 권리를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을 통해 보편적 법적 권리로 구체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내 복지의 패러다임을 시혜에서 법적 권리로 격상시켰던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5대 권리로 ▷금융에 정당하게 접근할 ‘접근권’ ▷최소한의 금융생활을 보장받을 ‘생존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기권’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할 ‘자산형성권’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초상담에서 시작해 기초보험, 기초대출, 기초저축으로 이어지는 ‘4대 기초금융’의 단계적 구조를 제안했다.

이러한 금융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민간과 정부 재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안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이 고신용자에게만 대출해 줌으로써 얻은 이익은 결국 저신용자 대출을 배제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금융투자업권과 가상자산 업체까지 포괄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준조세 논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강제로 징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민기초금융보장법 제정을 통해 정당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 중 발의를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련 입법을 지원할 의원 중심의 입법지원단도 구성될 예정이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의 기능적 통합 의지도 거듭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채무조정 등을 받을 때 신복위와 서금원의 분절 현상으로 인해 상담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이 많다”며 통합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만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토론회에서 다뤄진 행정형 면책 제도나 직권 채무조정 같은 강력한 채무자 재기 지원 방안을 연구단이 앞으로 다뤄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편, 이번에 출범한 금융기본권 연구단은 금융기본권연구분과, 데이터분석분과, 정책기획분과, 대외협력분과 등으로 구성됐다. 각 분과장으로는 임정하 서울시립대 교수, 유경원 상명대 교수, 한재준 인하대 교수, 강경훈 동국대 교수가 각각 임명돼 연구를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