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다 서킷브레이커, 주 1회꼴 사이드카…‘조울증’ 앓는 증시

사이드카 올 23회…2008년 기록 육박
‘거래올스톱’ 역대 9회, 올 벌써 3차례
증시 급등락 최악…변동성 확대 대비를



코스피 시장이 유례없는 변동성 장세에 빠졌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벌써 3차례 발동됐다. 이렇게 자주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한 전례 자체가 없다.

사이드카는 올해 벌써 총 23차례 발생했다. 반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이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간 기록(26회)에 육박했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5일에 한 번, 사실상 주 1회꼴로 발동된 셈이다.

과거 9·11 테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나 등장했던 시장 안전장치가 이젠 일상이 됐다. 코스피가 극단적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조울증 장세’에 빠졌다는 우려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는 총 23차례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가 12번, 매도 사이드카가 11번이다. 이는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변동성이 컸던 시기로 꼽히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간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총 26회(매수 14회·매도 12회)였다. 올해는 아직 연간 거래일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당시 기록의 약 90% 수준까지 도달했다. 현재 추세라면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발동빈도로 봐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6월 9일까지 약 160일 동안 23차례 사이드카가 발생했다. 단순 계산하면 일주일에 한 번꼴이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약 5거래일마다 한 번꼴이다.

최근에도 이 같은 변동성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지난 5일, 8일엔 연이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지난 9일엔 매수 사이드카가 나왔다.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는 공포에서 탐욕으로 바뀌었다.

통상 사이드카는 시장이 한 방향으로 급격히 움직일 때 발동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급락과 급등이 단기간에 반복되면서 매도 사이드카와 매수 사이드카가 연이어 터지는 형국이다.

사이드카보다 한 단계 높은 시장 안전장치인 서킷브레이커조차 빈번해졌다. 사이드카가 프로그램매매 호가를 일시 제한하는 장치라면,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전체 매매를 멈추는 더 강한 안전장치다. 시장에서는 훨씬 강력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올해 이미 3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 역사상 한 해 동안 이렇게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전례가 없다. 거래소 통계상 지금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총 9차례에 불과한데, 그 중 3차례가 올해 집중됐다.

그동안 서킷브레이커는 국가적·세계적 위기 상황에서나 등장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여겨졌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당시에도 서킷브레이커는 한 차례 발동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2020년에도 서킷브레이커는 두 차례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9·11 테러나 코로나19 팬데믹처럼 단일한 대형 충격이 발생한 국면이 아닌 상황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반복 등장하고 있다.

최재만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테마는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인프라 확충 단계에서, 기업들의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소프트웨어 매출 확대 단계로 전환되는 과도기”라며 “이 과정에서 기술 발전의 속도와 실제 수익화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며 변동성을 자극하는 구간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반기 주가 상승 속도 및 업종 쏠림을 감안할 때 하반기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의 장기화 가능성과 이로 인한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하반기 금융시장의 핵심 경계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