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불법사채 초과이자 피해자에 반환했더라도 추징금 물어야”[세상&]

550만원 빌려주고 4700여만원 수취
무등록 대부업 범행 대포통장으로 은닉
징역 4월·집행유예 2년…4700여만원 추징도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무등록 대부업자가 법정제한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불법으로 수수한 뒤 피해자에게 해당 금액을 반환한 경우에도 법원의 추징 명령은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대부업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700여만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5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유죄 판단 및 추징을 명한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서 정한 범죄수익, 추징의 요건 및 추징금 산정, 비례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1월 초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피해자 B씨에게 550만원을 빌려줬다. 이후 변제기인 2018년 12월 말 연 324%의 이자인 1200만원을 지급받은 것을 비롯해, 2019년 7월 초까지 총 5회에 걸쳐 당시 법정제한이자율(연 24%)을 초과하는 이자를 B씨로부터 수수한 혐의(대부업법 위반)를 받는다.

A씨는 또한 2017년 7월 말부터 다수의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법정제한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받으면서, 자금의 특정이나 추적·발견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으로 원금과 이자를 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있다. A씨가 2020년 10월 말까지 총 97회에 걸쳐 수수한 원금과 이자는 합계 2억3700여만원에 이른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A씨가 B씨로부터 지급받은 초과이자액의 합계로 판단한 47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금원을 대여하고 상당한 금액의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이자를 지급받았고 이를 숨기기 위하여 대포통장까지 이용했다”고 했다.

A씨는 추징에 대한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피해자 B씨에게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4년 4월부터 5월까지 합계 5567만원을 반환해 범죄수익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항소이유였다.

하지만 2심은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B씨로부터 지급받은 초과이자 전액을 반환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초과이자 대부분을 반환한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은 부정한 이익을 박탈하여 이를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금품을 소비하고 나서 그에 상당한 금품을 반환했을 경우나 상호합의에 이르러 고소를 취소한 경우에도 이를 범인으로부터 추징해야 한다”며 “피고인은 채무자들로부터 받은 이자를 대포통장을 통해 지급받은 다음 이를 ATM기기에서 현금으로 인출함으로써 대부분 은닉 또는 소비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합의금 내지 변제금 명목으로 초과이자를 반환했다는 사정만으로 그에 상응하는 금원이 추징의 대상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부업법을 위반해 수취한 초과이자는, 피고인이 사후에 채무자에게 그 초과이자 상당액을 모두 반환하더라도 이미 이를 범죄수익으로서 취득하여 소비한 것이어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의 대상이 됨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