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돈 많이 버는 정책 나오면 좋겠다” 투표권 가진 영주권자들도 서둘러 ‘한 표’ [세상&]

조건 갖춘 영주권자도 투표할 수 있어
구로·영등포구서 외국인 유권자 많아


3일 오후 대림2동 제1투표소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주민센터. 주민센터 옆 노동법률사무소에 중국어 안내가 붙어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서울 내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구로와 영등포구의 투표소에는 ‘한 표’를 행사하러 나온 외국인들이 줄을 이었다. 국내 투표에 익숙하지 않아 엉뚱한 투표소로 왔다가 발을 돌리는 외국인들도 부지기수였다. 이에 실랑이를 벌이다가 욕설을 내뱉고 떠나는 외국인도 있었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대림2동 주민센터에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민센터 주변에는 한국어 간판보다 중국어로 쓰인 간판이 많았다. 해당 투표소의 사무원은 “중국 출신 영주권자가 꽤 온다”고 설명했다.

▷선거일 기준 18세 이상 ▷영주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 경과 ▷거주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등록된 외국인 등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 길림성 출신인 이병수(59) 씨는 지갑 속 영주증을 꺼내 보이며 “한국 국민은 아니지만 투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건설업 종사자인 이씨는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 자체가 좋다”며 “조선족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고 정부 혜택도 많이 생겼다”고 했다.

선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발길을 되돌리는 외국인도 있었다. 투표소를 잘못 찾아온 김모(67) 씨는 투표소를 잘못 찾아와 쩔쩔매고 있었다. 김씨는 대림3동 거주 중인데, 대림2동 주민센터로 잘못 왔다.

3일 오후 3시께 가리봉동 제1·2투표소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주민센터 모습. 안내 현수막에 한국어와 중국어가 병기돼 있다. 이우중 수습기자


김씨는 “우리 3동을 잘 봐주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돈 많이 벌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국적을 따고 싶은데 시험으로 애국가 외우는 게 너무 어렵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거 사무원은 “글을 안 보고 잘못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도를 보여 주고 지정 투표소를 안내하느라 좁은 입구가 꽉 막히기도 했다. 기자가 투표소에 머무르던 약 1시간 동안 방문한 유권자 절반이 투표소에 들어가지 못했다.

구로구 가리봉동 주민센터도 투표하려고 방문한 영주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리봉동 주민센터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가 병기된 현수막도 볼 수 있었다.

중국을 떠나 가리봉동에 26년째 거주 중인 김봉수(68) 씨는 “영주권 취득한 지 7년이다. 지난 대선 때는 사정이 있어서 투표를 못 했고 이번이 영주권자로 첫 투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조선 사람들은 정당 보고 투표 안 한다. 사람 보고 투표한다”라며 “사람의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뽑는다”고 말했다.

3일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2동 주민센터. 윤승현 수습기자


이날 오후 2시30분께 영등포구 한 투표소에선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에게 “투표소에 잘못 왔다”고 안내하자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투표 안 해”라고 고함을 치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외국인 투표권에 반발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대림동에서 5년째 거주 중인 이승욱(35) 씨는 “대림동은 많이 달라져야 한다”며 “우리나라인데 여긴 외국인 발언권이 더 센 것 같다. (외국인 투표는) 말이 안 된다.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국 투표율 54.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