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바꿔 달고 역주행, 뺑소니 도주까지…베트남 불법체류자였다 [세상&]

타 차량 번호판 부착한 오토바이 운전
자전거 운전자 다치고도 현장 이탈
자진출국 절차 밟다 검거·구속 송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몰다 역주행해 비접촉 교통사고 유발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경찰에 구속된 모습. [챗GPT를 이용해 제작]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타 차량 번호판을 오토바이에 부착해 운전하다 역주행 사고를 내고 달아난 불법체류 외국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동대문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공기호부정사용 및 부정사용공기호행사,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베트남 국적 2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1997년생인 A씨는 학사 유학 비자로 입국한 뒤 체류 기간이 만료된 상태로 국내에 머물러온 것으로 조사됐다. 비자는 2020년 3월 만료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9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 번호판을 부착한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몰다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며 비접촉 교통사고를 유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피해자는 A씨 차량을 피하려 급제동하다 도로에 넘어졌고 약 4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A씨는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거나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이동 동선 추적을 통해 A씨를 특정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사고 차량에 타인의 번호판을 부착해 운행한 사실과 사고 이후 장기간 소재를 감춘 정황도 확인됐다.

특히 A씨는 사고 전 다른 번호판으로 바꿔 끼우는 작업을 한 뒤 약 6시간 뒤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처음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피해자가 넘어지는 장면을 직접 보고도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점을 고려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변경했다.

A씨는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서 불법체류자 자진 출국 절차를 밟던 중 수배 사실이 확인돼 지난 21일 검거됐다. 경찰은 불법체류 상태, 출국 시도 정황, 일정한 주거가 없는 점,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24일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7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사고 발생과 현장을 이탈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피해 복구를 위한 배상 의사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교통사고 발생 시 구호조치는 법적 의무이자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사고 후 도주하거나 번호판을 바꿔 부착하는 등 범행 은폐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