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폐쇄? 극우 한 명도 안 줄어”…진보 원로 경제학자도 李 대통령에 쓴소리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진보 성향 원로 경제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일간베스트(일베) 폐쇄 검토 지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지난 26일 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틀 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일베의 폐쇄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이 교수는 “일베 폐쇄 같은 극약 처방은 별 효과도 없이 사회적 분열만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일베처럼 조롱·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 배상, 과징금 등 필요 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일베 회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모욕 행위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계기였다.

이 교수는 일베가 극우 사상의 집합 공간으로 기능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 자체만으로 사이트 폐쇄의 충분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조롱과 혐오 표현을 방치·조장한다는 점에서 폐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명분이 다소 약하다고 본다”고도 했다.

폐쇄 시도가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붙여 일베를 오히려 보수의 성역으로 격상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보수 세력이 일베 폐쇄를 둘러싼 싸움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성전(聖戰)이라고 떠들어 대며, 일베를 이 성전의 용감한 전사(戰士)로 추켜세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폐쇄에 반대하는 핵심 근거는 실효성이다.

그는 “폐쇄 조치로 인해 극우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반발심으로 더 강경한 극우 사상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베가 폐쇄되는 순간 제2, 제3의 유사 사이트가 등장해 더 활발한 극우 사상의 배출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확실한 법의 처벌만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비슷한 사건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


한편, 일베 폐쇄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게시물에는 하루 만에 2200개 넘는 찬반 댓글이 달렸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이 대통령이 올린 80여 개 게시물 가운데 가장 많은 댓글이다. 찬성 측은 “혐오와 조롱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반대 측은 “표현의 자유는 불편하고 거친 말까지 보호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맞섰다.

일베 폐쇄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도 국민 청원이 제기돼 청와대가 검토했지만 실제 폐쇄로 이어지지 않았다. 관련 법령상 불법 정보가 전체 게시물의 70% 이상이어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데, 일베 게시물이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