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유럽 8개국 출장길…성장 멈춘 유럽 물류망 다시 짠다

8개국 현장 점검
유럽 법인 물류 매출 수년째 정체
미주·아태와 성장 격차 확대
완성차 물류·비계열 물량 확대 과제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가 지난 3월 26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현대글로비스 제2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가 유럽 8개국 출장길에 올랐다. 현대글로비스가 유럽 진출 20년을 맞아 현지 거점 확대와 물류 네트워크 재정비에 나선 가운데, 성장세가 둔화된 유럽 법인 매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현장경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오스트리아 빈을 시작으로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 튀르키예 등 유럽 8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이번 출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방문 지역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최근 성장세를 이끌어온 핵심 권역은 미주지만, 이 대표는 이번에 짧은 기간 유럽 주요 거점을 두루 찾는다. 업계에서는 유럽 시장의 성장 정체를 점검하고, 완성차 물류망 재편과 비계열 물량 확대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실제 현대글로비스 유럽 법인의 물류 매출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럽 법인 물류 매출은 지난해 1조4930억원으로 2021년 1조1710억원보다 27.4%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 1조5550억원을 기록한 뒤에는 오히려 감소세다. 올해 1분기에도 유럽 법인 물류 매출은 3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3686억원 대비 0.7% 증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미주 법인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미주 법인 물류 매출은 2021년 1조8210억원에서 지난해 4조2820억원으로 135.1% 뛰었다. 아태 지역 역시 같은 기간 80.6% 증가하며 유럽과의 매출 격차를 3000억원대로 빠르게 좁혔다.

이 대표 개인의 이력도 유럽 사업에 무게를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과거 현대자동차 유럽지역 판매법인장과 미주유럽관리사업부장을 지냈다. 현대차그룹의 유럽 판매·물류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정체된 유럽 사업의 해법을 직접 찾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달 도입한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 리더’호. 배 한 척에 1만800대를 실을 수 있는 축구장 28개 넓이의 운반선으로, 글로벌 자동차운반 선사 중에서 이 정도 규모를 도입한 건 처음이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유럽은 현대차그룹 전기차 수출과도 밀접하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한 전기차 18만3912대 가운데 15만2190대는 한국에서 수출된 물량이다. 비중으로는 82.8%에 달한다. 유럽으로 선적되는 현대차그룹 전체 물량도 연간 45만여 대 수준이다. 부가가치가 큰 국내 생산 전기차의 유럽 수출이 계속되는 한 현대글로비스의 해상운송·내륙운송·통관·보관 수요 역시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출장지인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특히 핵심 거점이다. 체코에는 현대차 체코공장(HMMC), 슬로바키아에는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의 해외 생산과 연계해 완성차 운송, 부품 조달, CKD 물류 등을 담당하고 있어 두 지역은 유럽 사업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유럽 진출 20년을 맞아 현지 컨트롤타워도 키우고 있다. 2006년 유럽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독일 에슈보른에 유럽 본부를 두고 현지 사업을 확대해왔다. 현재는 유럽 전역에 42개 물류 거점망을 구축했으며, 독일·러시아·슬로바키아·체코 등 12개 주요 법인과 8개 지사, 22개 현장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1월 2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을 앞둔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평택=이상섭 기자


비계열 물량 확보도 주요 과제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 수출 확대는 현대글로비스에 기회이자 경쟁 요인이다. 중국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유럽 내 완성차 물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 수입된 중국산 자동차는 100만6000대로 전년 대비 30.7%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이 올해 더 빨라져 1분기에만 중국산 자동차의 유럽 수출이 32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다고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은 분석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국발 완성차 물량은 늘고 있지만 선복이 즉각 확대되지 않아 매우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신조 장기 용선 인도분을 부족한 중국발 화물 수송에 최대한 빨리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