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사에 매년 ‘생산적 금융 백서’ 공개 제안…검증 체계 구축도

4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 개최
금융권 역량 내재화·체계화 과제 공유
“KPI 반영 등 내부 문화로 정착시켜야”
민간 금융 기업대출·투자 92조 늘어나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금융권에 매년 4분기 생산적 금융 추진 실적을 담은 백서(팩트북)를 작성해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금융회사 스스로 생산적 금융 기준을 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진단해 시장의 평가받음으로써 ‘실적 부풀리기’라는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취지다.

정부는 민간과 긴밀히 협의·소통하며 생산적 금융 전반에 대한 검사·제재 면책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생산적 금융 협의체 4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역량 내재화·체계화 과제를 공유했다고 27일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무늬만 생산적 금융’이 되지 않도록 생산적 금융 역량이 내재화·체계화돼야 한다”면서 “생산적 금융에 대해 전문가·업계·정부가 함께 논의해 명확하게 이를 구현해 나가자”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 팩트북을 통해 단순히 총 여신을 얼만큼 공급했느냐를 넘어 자금 공급이 생산적 금융에 부합하는지, 그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효과가 정량·정성적으로 어떻게 나타났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생산적 금융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부위원장은 또한 “산업 연구 역량 제고와 조직·인력 확충, 핵심성과지표(KPI) 반영 등을 통해 금융권 스스로 생산적 금융을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면서 “생산적 금융 협의체가 산업 발전과 금융을 잇는 가장 실질적인 플랫폼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재명 정부 1년 간의 생산적 금융 성과를 점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민간 금융권은 향후 5년간 약 1242조원의 생산적 금융 공급계획을 세웠고 지난 3월 말 기준 92조원을 공급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한국산업·중소기업은행의 기업 대출과 투자 합산 잔고는 3월 말 기준 1877조원으로 지난해 6월 말보다 95조원 증가했다. 비중도 67.8%에서 68.6%로 0.8%포인트 늘었다.

이에 대해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 전반의 자금 흐름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며 생산적 금융 내재화 노력을 거듭 당부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세부 논의 안건으로는 에너지 산업 변화와 관련한 금융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에너지 산업은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탄소중립, 에너지안보의 세 축 아래 전통에너지 중심의 자원·채굴산업에서 대규모 설비·인프라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고, 그 결과 국가 전략산업으로 중요해지고 있다고 금융위는 평가했다. 이에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의 하나로 에너지 분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날 박영호·노태호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AI 확산에 따른 신규 전력 수요 증가로 빅테크(거대기술기업)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민간 자본의 역할도 증대되는 중”이라며 “국내 금융그룹의 투자 개선 여지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회의에는 KB·하나·농협·BNK·JB·한국투자금융지주, 신한투자·우리투자증권, 교보생명·삼성화재, 산은·기은 등 주요 금융사가 참석해 에너지 분야 생산적 금융 실적과 계획을 공유했다.

우선 KB금융은 2020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탈석탄금융을 선언한 뒤 지난 5년간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6조9000억원(약정 기준)을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3월 말 약정 기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3조5000억원을 공급했으며 그룹 공동으로 5000억원 규모의 하나모두성장인프라 펀드를 결성해 투자도 이어갈 계획이다.

농협금융도 석탄발전설비를 액화천연가스(LNG)열병합설비로 대체하는 전환금융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약정 기준으로 올해 3월 말 누적 3조8000억원을 지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그간 해상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주선해 왔으며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은 핵심 인프라 투자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해상풍력 전문 설치선 ‘누리바람’ 금융주선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지원과 에너지 인프라에 2000억원을 공급해 왔다.

삼성화재는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에 2조9000억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가스공급 등 에너지인프라에 2000억원 등 3월 말 약정 기준 총 3조1000억원 지원해 왔다.

또한 산은은 5대 은행과 공동으로 2030년까지 9조원 규모의 미래에너지 펀드를 조성했다. 현재 1조2600억원 규모의 1단계 펀드 조성을 완료하고 1호 투자로 신안우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했다.

금융위는 “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후금융 공급 확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제도화, 국민성장펀드의 에너지 메가프로젝트 지원 등을 추진 중”이라며 “금융 부문이 생산적 금융을 통해 에너지 대전환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